tropical night to rainy day

7월 첫날의 밤은 무더웠고, 곱창은 맛있었고, 하루에 흘릴 수 있는 이상의 땀을 흘렸다. 간만에 '일이 아닌 목적으로' 여러 군데를 방문했다. 스펙테이터 Spectator와 본호엔파트너 Bonho&Partner의 프레젠테이션은 좋았다. 둘 다 아기자기한 브랜드는 아니라 보이는 화려함은 없지만, 실용적이고 필요한 디테일을 재치 있게 넣은 점이 좋았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뚝심도 생각도 있는 디자이너가 자꾸 나온다. 그 숫자도, 파이도 전체 시장에서 보면 그리 크지 않지만, 옆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함께 무언가 궁리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스펙테이터의 마드라스 체크 바지는 지난봄부터 눈독 들였는데, 새로 나온 셔츠들도 좋다. 신인 디자이너의 프레젠테이션치고 - 물론 그는 잔뼈가 굵은 내셔널 디자이너 출신이지만 - 꽤 많은 프레스가 방문한 것도 긍정적이다. 잔잔한 반향을 넘어, 하나의 바람을 일으키길.

2010-2011년도 가을/겨울 시즌의 본호엔파트너 포트폴리오 백은, 모두 끈을 연결하는 고리가 달려서 크로스백으로 멜 수 있다. 펜 꽂이, 작은 주머니 등이 안에 있어 수납도 문제 없다. 어두운 파란색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 가방은 꼭 사야겠다. 꼭. 해리스트위드를 사용한 크로스백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 책자도 좋았다. 본호씨 답다.

열대야의 다음에는, 그렇게나 오지 않을 것 같던 비가 내린다. 일기를 쓰면서 듣는 건 최근에 꽂힌 '십센치 10cm'다. 오!보이 Oh!Boy 8월호를 위해 보낼 자료를 정리하는 카페에 같이 있던 친구가 별자리 운세를 읽어주었는데, 결론은 지난달보다 이번 달이 낫다는 것. 오늘의 운세만큼 믿지 않는 별자리지만, 무덥고 비도 오고 아직도 다양한 스트레스가 쿡쿡 나를 찌르지만, 그래도 7월이 왔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조금 마음과 몸을 쉬게 하며, 밀린 정리를 하며, 그렇게 보내야지.

써야 할 원고도 몇 개 있다. 오래간만에 쏟아지는 빗줄기 소리를 들으니,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오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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