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 September 14, 2010

1. 안국동 엠엠엠지 mmmg 카페는 집중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랩탑을 들고 자주 가는 곳이다. 최근에는 거의 출근 수준으로 가다 보니, 친절한 직원분이 적립 카드 만들기를 제안하기에 덥석 만들었다. 엠엠엠지의 규칙에 따라 '2만 원 이상 한 번에 산 적이 없어' 못 만들고 있었는데, 카페 출입한 지 어언 몇 년이더냐. 드디어. 파이널리. 획득.

2. 카페 2층 구석 자리에 앉아 글 쓰다 잠깐씩 사람들을 구경할 때, 오는 사람들이야 비슷한 감도 있고 아닌 감도 있지만 눈에 띄는 이들이 종종 있다. 요 사이는 주로 외국인이었고 커플이거나 부부였다. 한국 여자와 사랑스러운 눈으로 서로 바라보던 프랑스(추측) 남자, 어제 햇볕이 따사로울 때(물론 실내는 에어컨 덕분에 선선하지만) 정말로 휴식을 취하는 것처럼 널브러져 있던 젊은 백인 커플의 뒷모습, 그리고 한참을 여기 앉을까 저기 앉을까 고민하다 시리얼을 시키고 지금 내 옆 자리에 앉아 마치 집에서처럼 천천히 시리얼을 먹는, 콧수염이 멋지고 올리브색 폴로셔츠를 입은 남편이 있는 백인 노부부까지. 첫 커플은 며칠 뒤 다시 왔을 때 남자의 부모님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다시 와서 대화를 나눴다. 두 번째 커플과 노부부는 아마도 여행자인 것 같은데, 여행자의 기분과 휴식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데서 부러움이 조금 든다. 한국 땅에 있을 때, 일상을 떠나 여행을 가서도 한국인이 느끼기 어려운 정서가 외국 여행엔 있다. 남들 다 일하는데(나처럼), 언어도 잘 모르고 그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부유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항상 돈은 한정되어 있고 시간은 어김없이 다가오니까, 여행의 결말이 올 때쯤이면 일요일 밤의 직장인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그게 또 여행의 여운이자 묘미라고 할 수 있지.

3. 어제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가방을 들고 같은 시계를 찾는데 양말만, 무인양품의 애매한 회색에서 아메리칸 어패럴의 노란색 스포츠양말로 갈아 신었는데 그 양말이, 남색(네이비)의 스웨이드 데저트 부츠에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 아침에 나올 때부터 불만이어서, 마음 같아선 당장 무인양품 매장에 들러 같은 양말로 갈아 신고 싶지만 그러진 못하겠지. 여전히 일도 밀렸고.

4. 바늘 시계를 차도, 사실 그걸 보고 시간을 확인하는 일은 드물다. 그냥 회색 시계에 둥둥 떠 있는 파란 바늘이 좋다.

5. 거의 반년 이상 써온 한겨레신문 주말판, 한겨레ESC의 '추천은 잘해요' 칼럼은 어제 넘긴 원고가 마지막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내 마음에 드는 것을 작게나마 소개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 그것도 전국 일간지에 - 있었는데 아쉽다. 대신 더 큰 기획이 격주로 들어갈 예정이다. 제목은 요즘 추세에 맞게, 또 좀 대중적으로 지어봤다. '홍석우의 스트리트/스마트(뭔가 부끄럽지만 내 이름을 넣어야 했다!)'. 이게 뭐냐고 묻는 소리가 들린다. 전공(?)을 살려, 하이패션이 제시하는 것과는 다른 길거리의 스트리트 패션을 찍고 그에 대한 에세이를 쓸 예정입니다. 스콧 슈먼이 사토리얼리스트에서 하는 것처럼 말이죠. 아직 시작도 안 하긴 했지만, 덕분에 꾸준히 사진 찍을 동기 유발은 되겠다. 관심 가져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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