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들이다 _ sat, November 13, 2010

어제는 펜을 샀다. 오벌 oval에 갔다. 무인양품의 0.38mm 펜을 두고 왔을 뿐이었지만 왠지 사고 싶었다. 영교 형과 영빈 형을 보고 영교 형과 대화하는 어떤 영화감독님이 계셨다. 사실 오벌의 펜 종류는 많지 않다. 아니, 적은 편이다. 고심했다. ICO라는 처음 본 브랜드의 볼펜을 샀다. '탁'하고 들어가는 기계적인 모습이 마음에 들었고 짙은 녹색과 검정과 밝은 하늘색 중 하늘색을 택했다. 고백하자면, 지난번 여기서 산 만년필도 아직 책상에 그대로 있다(리필(보충)용 심은 꼈다).

낭독회를 마친 후, 잡지사에서 나온 사진 촬영으로 억지웃음을 지으려니 그간 흘린 땀과 더불어 힘이 빠져서, 술을 좀 마시곤 싶었지만 요새 자주 마신 편이라 술 없는 금요일 밤도 나쁘지 않을 듯하여 홍대를 걸었다. 술집과 클럽이 있는 쪽 말고 옷 가게가 있는 산울림 소극장과 정문 아래쪽을 걸었다. 대부분 가게는 동대문에서 만든 옷을 팔았다. 이런 여성복도 종종 유심히 본다. 어떤 것들이 오고 가는지 알 수 있으니까. 그중 몇 개의 빈티지 가게에 들어갔지만, 대체로 여성복을 팔았고 그리 예쁜 건 없었다. 그러다 들어간 가게는 빈티지숍인가 했는데 '진호 진스 Jeanho Jeans'라는, 예전에 에이랜드 A Land에서 보고 '오 뭐지' 싶었던 것이었다. 가게의 제품들은 진호 진스의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인디언 패턴을 넣은 카디건처럼 헌 옷을 리폼한 것들은 예뻤고, 행거 뒤편에 걸린 빈티지 옷 몇 개를 입어보다가 체크무늬 블루종을 하나 샀다. 커다랗고 투박한 YKK 지퍼와 가벼우면서도 따뜻한 안감, 그리고 촌스러워서 조금 투박한 자부심이 느껴진 옷 안쪽의 탭에 새긴 글씨(This wear is made by best fabric and high quality fancy men's fashion for tommorow)가 결정적이었다. 이너로 입을 티셔츠도 한 장 받았다.

요즘 매는 이스트팩 Eastpak과 소프 SOPH.의 합작 배낭(백팩)은 거의 내가 찾던 백팩의 완결판 수준이었고, 오랜 숙성 끝에 매일 맨다. 일전에 무신사 사무실에서 봤을 때보다 맸을 때의 느낌이 더 좋다.

헌 옷이 아니라 '빈티지'를 고르는 재미를, 스물여덟 살이 지나가는 해에 느낀다.

Comments

  1. 안녕하세요! 혹시 진호 진스의 위치가 어디인지 간단하게 알 수 있을까요? 구글링해봐도 정보를 찾기 쉽지 않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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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안녕하세요! 구글링해봐도 진호진스에 관련된 정보를 찾지 못해서, 간단한 정보(찾아갈 수 있도록 위치..)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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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boree/ JINHOJEANS with NorioSato는 A Land에 입점되어 있고, 단독매장은 홍대 '커피프린스' 카페 골목에 있습니다. 여기 진호진스 블로그가 있으니 가보세요.
    http://blog.naver.com/david8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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