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 November 07, 2010

멍청하게 랩탑을 잃어버렸다가 찾은 얘기는, 정말 하루에 수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트위터에 올린 것은 말 그대로 '지푸라기 잡는 심정'이었고, 들렀던, 탔던, 모든 곳을 알아내 전화해봤지만 당최 잃어버린 곳조차 알 수 없었다. 서면에 가는 밤의 덜컹거리는 버스에서 무거운 가방을 멘 채로 받은 모르는 번호의 전화, '홍석우 씨 핸드폰 맞죠?'로 시작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2010년의 모든 기록과 작업이 있는 랩탑이었는데. 그렇게 찾게 됐다. 말도 안 되게, 기적적으로.

밖에는 쿠르릉 소리가 들린다. 며칠간 구두만 신어서 오늘 비 오면 안 되는데,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비는 안 왔다. 내일은 8도에서 9도라지. 난 나가야 하지. 우산 쓴다고 해도, 그 정도 기온이라면 돌아다닐 맛이 나지. 간만에 운동화 신어야지.

불면의 밤이다. 불면의 밤은, 불안의 밤이기도 하다. 정체불명의 무엇과 그리 싸우고 있나? 아니, 정체는 알고 있는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은 아닌가? 보통 모른다는 것은 대체로 정답, 알고 있으니까. 충전해놓고 서서히 달아가는 건전지에 동질감 비스름한 걸 느낀다, 가끔은.

김승옥의 책을 다시 읽을 생각이다.

지난주도 마감의 시즌이었는데, 이번 주는 더 한데다, 스타일링 일을 오랜만에 맡게 되었다. 부담감은 항상 짓누르지만 그것들이 모여 원동력이 됨을 부정할 순 없다.

부산이 왕복 5시간도 안 걸린다는 게 적응이 되지 않는다. 잠깐 졸다가, 아이폰을 만지다가, 서울 도착 10분쯤 남았을 때의 안절부절못한 기분만 뺀다면 이건 서울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다. 다만, 표를 끊고 개찰구를 통과하기 직전의, 혹은 도착한 곳을 막 나설 때의 차가운 공기 같은 것들은 잠깐 빠져나온 일상을 느끼게 한다.

건조하지 않게 젖은 수건을 방에 매달았다. 눈이 퀭하다. 좋은 물건을 볼 줄 아는 혜안과 좋은 사람과 지속할 줄 아는 선한 마음을 갖고 싶다.

아쉬운 것들이 많아지는 게 나이를 먹는 것과 같은 뜻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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