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목적 _ thu, December 02, 2010

지금껏 도쿄는 부산보다도 자주 다녀왔지만, 대체로 개인적인 여행이었고 쇼핑이라든지 휴식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작년 이맘때 갔던 여행이 '스트리트패션 탐구'라는, 당시 준비하던 강의를 위한 첫 번째 '일'로서의 여행이었고, 근 1년 만의 이번 여행이 두 번째라 할 수 있겠다. 여러 브랜드, 숍, 사람들을 만났다. 현지의 한국 유학생, 사진가부터 스트리트패션블로거와 브랜드 관계자들까지. 나로선 짧은 일정 안에 최대한 많은 것들을 넣으려 했고, 서울에 있을 때보다 열심히 산 듯한 느낌도 든다.

자잘한 목적이야 무엇이든 갖다 붙일 수 있겠지만, 이번 여행의 큰 목적은 하나였다. 항상 도쿄를 갈 때, 또 올 때 느꼈던 아쉬움. 일본과 한국은 이렇게나 가까운데, 왜 이리도 서로 교류가 없을까. 왜 이리도 서로를 모르거나, 일방적으로만 알고 있을까. 한국 패션씬은 일본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로서의 관계가 아니라 비슷한 패션 필드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더 잦은 교류를 할 필요, 있지 않을까. 시부야에선 줄곧 2NE1 뮤직비디오가 나오고, 2PM 버스가 돌아다니고, 카라의 '미스터'가 나왔다. 유학생 친구에게 물어보니, 정말로 젊은이들이 그 노래를 듣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한다고 했다. 어쩌면, 이건 선순환이며 기회 아닐까.

물론 나처럼 교류 없이 지낸 사람들 말고, 이미 일본에 진출한 디자이너 선생님이나 다양한 커넥션(관계)을 가진 분들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이번 여행의 수확이 있었다.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원활하게 인터뷰를 마칠 수 있었고, 다르긴 하지만 비슷한 부분을 가진, 또래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패션으로 무언가 하고 싶어했고, 그것들을 도쿄에서만, 일본에서만 보여주고 싶어하진 않았다. 그들이 나보다 어떤 경력을 갖고 있든 아니든, 그런 것들이 엄청 중요하진 않을 거다. 술자리에서 만난 사진가이자 다리진(DARIZIN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사스 테이 Sasu Tei 씨의 말이 뇌리에 박혔다. 오보이! OhBoy! 매거진의 김현성 실장님을 만났는데, 몹시 친절하신데다 '무엇이든 도와줄 게 있으면 얘기하라'라던 말. 테이 씨는, 물론 대선배인 실장님과 얘길 나누고 작업을 보는 것만으로 배부르다고 느꼈지만 스스럼없이 친절할 수 있는 그의 태도에 더 감명받았다고 했다. 무언가 얻기 위해 손에 쥔 카드를 보여주지 않고 남의 카드만 슬금슬금 보려 했던 게 아닌가, 스스로 조금 반성했다. 그래서 일본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서울이나 한국에 대해 궁금한 것이나 도와줄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다. 기브 엔 테이크의 문제가 아니었다. 마음 대 마음이었다.

써놓고 보니 거창하지만, 작은 교류가 물꼬를 틔울 수 있지 않을까? 가령 처음에는 자비를 들여서 서로의 도시에 놀러 온다. 아곳의 재밌는 장소와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그들과 함께 두 도시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궁리한다. 모두가 '일'을 하고 있다. 나름의 방법들이 있다. 이건 거창하지 않다. 오히려 가능할 것이다. 이런 작업들을 지속한다면 판매와 상품만이 전부가 아닌, 왜 패션이 문화의 한 축을 구성하는지에 대한, 실천해갈 수 있는 대답들이 하나씩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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