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역 앞 풍경 _ fri, March 28, 2014

요즘 아침 길음역 7번 출구 앞은 6월 선거에 나올 후보들로 빼곡하다. 길음동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사는 길음뉴타운에서도 가장 많은 출근길 시민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리라. 각 당 혹은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은 출근에 바쁜 사람들에게 연신 인사하고 명함만 돌리다가, 근래 매일 보이는 구의원 후보 한 명이 전략을 바꿨는지 큰 소리로 자신의 공약을 말하기 시작했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우리 길음뉴타운 구민들을 위해, 7번 출구에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길음역 7번 출구는 계단이 그리 많지 않다. 성인 남성 걸음으로 1분이면 뚝딱 내려간다. 물론 노약자나 다리가 불편한 이들에게는 이 정도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게 녹록지 않을 수도 있다(우리 어머니만 해도, 안 좋은 무릎 탓에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으신다). 하지만 만일 그가 당선되어 이 공약을 달성하려면, 공사를 위해 적어도 6개월에서 1년은 7번 출구를 '닫아야' 할 것이다. 길음역 7번 출구가 길음뉴타운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출구인데(나머지 출구는 8차선 도로를 건너야 하고, 건너는 길목도 반대편 지하도와 버스 정류장 앞 작은 건널목뿐이다), 결국 이 공약이 실천된다고 해도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출근길 1분 1초가 아쉬운 시민들일 것이다.

전국구부터 지역구까지, 수많은 '의원'들을 뽑아야 하는 이번 선거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하지만 정말 체감할 수 있는 공약을 알 수 있는 통로라는 것은 언론에 연일 나오는 서울시장급 정도가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후보의 웹사이트에 들어가지 않는 한 일반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곳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귀에 솔깃한 제안을 하는 후보들이 난립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듣기에만 솔깃한 공약으로 표심을 휘어잡으려는 후보는 내가 그나마 지지하는 정당 후보라고 해도, 뽑고 싶지 않다. 정말로 제대로 된 정치를, 지역 사회와 나아가 우리나라를 위해 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한 번 더 곱씹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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