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웨이브 위드 유어보이후드 GROUNDWAVE with yourboyhood,' 협업의 소회

이번 '그라운드웨이브 위드 유어보이후드 GROUNDWAVE with yourboyhood,' 협업은 아주 사소하고 개인적으로 출발했습니다. 올해 설 전날, 저와 그라운드웨이브의 김선호 실장님과 종로3가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셨고, 새해인데 무언가 재미있는 걸 해보자고 했습니다. 새벽이었는지라 정말로 '실행'하기 위해 설 연휴 동안 계획을 짰습니다. 그라운드웨이브의 큰 치수 oversized, 오버사이즈 코트를 기본으로 두고, 좋아하는 남성복 편집매장 므스크샵 msk shop에서 판매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라운드웨이브로 서울패션위크 Seoul Fashion Week 런웨이에 데뷔한 모델 손민호 Shon Minho를 염두에 뒀으며, 역시 좋아하는 사진가 레스 김태균 less Kim Tae kyun이 찍었으면 좋겠다고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차근차근 실현했습니다.




저는 패션디자이너가 아니므로 옷의 디자인, 패턴 등에 관해 자세히 모릅니다. 소재를 고르고, 옷에 추가했으면 하는 세부 사항을 말로 설명하거나 대상과 이미지를 보여주고, 그것을 디자이너 김선호와 디자인팀이 실제로 만들어나갔습니다(서울패션위크를 준비하랴, 이번 협업하랴, 사실 가장 고생하신 분들이 그라운드웨이브의 스태프분들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그라운드웨이브의 실루엣과 디자인에 바탕에 두었지만, 개인적인 계기로 출발한 컬렉션이므로 (판매량도 물론, 당연히 중요합니다만)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넣어 보자고 생각했지요. 필기구, 명함과 카드 지갑, 범우문고의 문고판 책. 이런 것들을 옷 안에 녹이고 싶었습니다. 너무 개인적인 것들이라 보통 브랜드에서 할 수 없겠지만, 이번 협업에서는 가능했습니다. 사실 어제 프레젠테이션 전후로 (저를 아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얘기 또한 '참 너 같은 옷'이라는 얘기였습니다.





그리고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캠페인 사진을 찍을 때, 딱 부러지고 치밀하지 않게, 그저 우리가 만든 옷을 모델이 툭 입은 것 같은 느낌으로, 서울의 밤거리에서 찍자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남녀 두 명의 모델을 염두에 두었지만, 일정상 손민호 군만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그에게 특별히 부탁한 것은 없습니다. 대강의 느낌, 어떻게 이 협업이 출발했고 어떤 세부 사항이 옷에 들어갔는지, 그리고 몇 벌의 어울릴만한 옷과 신발을 가져와달라는 정도 이려나요. 모자를 쓰면 어떨까 싶었는데, 촬영날 민호 군의 머리가 정말, 몹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는 모델 중에서도 자신만의 분위기를 지닌 특별한 친구입니다. 사진가 김태균 역시 말할 것도 없지요. 그가 필름 카메라를 들고 작업할 때, 저는 별로 할 일이 없습니다. 두 분에게도 특별히 감사합니다.

이번 협업은 범우문고에서 출발한 컬렉션과 다름없습니다. 문고판을 위한 주머니, 안감의 색과 재봉선, 실의 색상 등에 '범우문고'의 아름다운 주황색을 투영하면서도 세련되어 보이는 지점을 찾느라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쳤습니다. 옷을 만들면서 범우문고를 출판하는 '범우사 汎友社(www.bumwoosa.co.kr)' 에 연락했습니다. 범우사는 1966년 문을 연 유서 깊은 출판사입니다. '범우문고'는 1975년 처음 발행한 피천득의 <수필>을 시작으로 현재 270여 권 이상 출판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고판 시리즈입니다. 출판사에 우리는 생소한 이야기임이 분명해서,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을 했는지, 작업 과정과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협찬'을 받아 '진열'하는 게 아니라, 이 훌륭한 문고판 책, 아니, 책 자체를 별로 읽지 않는 요즘 사람들에게 이 책을 함께 소개하고 싶었습니다(저는 스마트폰을 '덜' 보기 위해서라도 항상 범우문고를 지니고 다니거든요). 범우사는 이번 협업을 위해 흔쾌히, 직접 스무 권을 골라 보내주었습니다. '범우문고' 또한 프레젠테이션 당일인 어제부터 4월 2일 수요일까지, 3,000원의 할인 가격으로 므스크샵에서 판매할 것입니다.




대신 준비는 최소한으로 단출하게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협업이란 말이 별로 신선하지도, 새로운 울림을 주지도 않는 세상이 되었지만, 회사라든지 기업과 준비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시선과 접근으로 만든 결과물을 내고 싶었습니다. 어제 사실 무척 떨리는 마음이었는데, 이제 제 손을 떠난 셈이니까 다시 열심히 마감하며 사는 일만 남았네요. 물론 이번에 만든 옷들은 제 봄과 가을 옷장에서 가장 소중한 옷들이 될 듯합니다.

아래 이번 협업을 위해 쓴 보도자료 press kit 내용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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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웨이브 위드 유어보이후드,(GROUNDWAVE with yourboyhood,) 캡슐 컬렉션
‘GROUNDWAVE with yourboyhood, Inspired from the paperbacks, in between seasons 2014’ collection.


디자이너 김선호의 남성복 브랜드 ‘그라운드웨이브'와 패션 저널리스트이자 문화 계간지 <스펙트럼(spectrum)>의 편집장 홍석우가 2014년도 ‘환절기(in-between seasons)’를 위한 캡슐 컬렉션을 만들었습니다.

에스모드 서울(Esmod Seoul) 출신의 디자이너 김선호는 올해 3월 열리는 2014년도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에서 아홉 번째 컬렉션을 여는 남성복 디자이너로, 독특한 실루엣과 과감한 소재 선택으로 이름을 알려 왔습니다. 패션 저널리스트 홍석우는 그간 스트리트 패션 사진가, 패션 강사, 편집매장 바이어, 스타일리스트 등 서울 안에서 다방면의 패션 분야 활동을 해온 인물입니다.

이번 캡슐 컬렉션의 출발은, 사적으로 긴밀하게 교류한 둘의 어떤 대화였습니다. 평소 문고판(paperbacks) 책을 좋아하던 홍석우와 오버사이즈의 코트와 재킷을 만들어 온 김선호는, 둘의 정체성을 결합한 작은 프로젝트를 만들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라운드웨이브 특유의 실루엣과 소재에 홍석우가 평소 입고, 보고, 즐기는 디테일을 결합한 의상들은 남성과 여성을 위한 ‘유니섹스 컬렉션’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이번 그라운드웨이브 위드 유어보이후드,(GROUNDWAVE with yourboyhood,) 컬렉션은 한정 수량으로 만든 두 벌의 코트와 두 벌의 롱 재킷, 두 벌의 스웨트셔츠까지 총 여섯 가지 의상으로 이뤄집니다. 모든 의상에는 이번 컬렉션에서 큰 영감을 준 문고판 전문 출판사, ‘범우문고’ 문고본을 위한 외부 주머니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4년 3월 26일 수요일 저녁 6시, 신사동의 남성복 편집매장 '므스크샵(MSK Shop)’에서 작은 프레젠테이션을 열고, 당일부터 므스크샵의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단독 판매합니다. 그리고 이번 협업에 영감을 준 범우사가 직접 엄선한 ‘범우문고’ 문고판 서적 스무 권도 시중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합니다.

또한, 프레젠테이션 당일부터 4월 2일(수)까지 일주일간, ‘그라운드웨이브’의 2014-2015년도 가을/겨울 컬렉션의 국내 첫 프리오더(pre-order) 수주회도 므스크샵에서 함께 열립니다.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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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테이션 일정.
2014년 3월 26일 수요일 저녁 6시~9시,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69-31 우정빌딩 6층 므스크샵.

‘그라운드웨이브 위드 유어보이후드’ 판매 일정.
2014년 3월 26일 수요일~소진 시까지, 므스크샵 단독 전개(온라인매장 www.mskshop.net 포함).

‘그라운드웨이브’ 2014-2015년도 가을/겨울 컬렉션 프리오더 수주회 일정.
2014년 3월 26일 수요일 저녁 6시 ~ 4월 2일 수요일 저녁 8시까지, 므스크샵.

www.mskshop.net
www.yourboyhoo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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