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bratingMonogram, Louis Vu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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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그램을 기념하며 #CelebratingMonogram,' 컬렉션을 위해 레이 가와쿠보 Rei Kawakubo가 만든 '구멍 장식 가방 Bag With Holes'.

루이비통 Louis Vuitton의 '모노그램 아이콘을 기념하며 Celebrating Monogram' 프로젝트는 루이비통의 상징과 다름없는 창업자의 머리글자인 '엘브이 LV' 모노그램을 재해석하여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들을 선보인 프로젝트이다. 엄선된 '아이콘 재해석자 The Iconoclasts'들이 모든 디자인 전권을 위임받아 새로 루이비통의 모노그램이 들어간 제품을 만들고, 그 과정과 최종 결과물을 함께 선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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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산업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회사답게 각 분야 최고 수준의 창작자들이 참여했다. 예술가 신디 셔먼 Cindy Sherman과 구두 디자이너 크리스찬 루부탱 Christian Louboutin, 얼마 전 애플 Apple Inc.에 합류한 산업 디자이너 마크 뉴슨 Marc Newson과 꼼데가르송 COMME des GARÇONS의 설립자 레이 가와쿠보 Rei Kawakubo, 샤넬 Chanel의 칼 라거펠트 Karl Lagerfeld와 건축가 프랭크 게리 Frank Gehry까지, 그야말로 '살아 있는 전설'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실제로 하나의 프로젝트 아래 모을 수는 있을까 싶은 인물들이다.

프 로젝트의 진행 과정이나 의미에 관한 설명은 루이비통의 공식 웹사이트에 무척 잘 설명되어 있어서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대신 가장 인상적으로 본 두 작품만 소개한다. 맨 위 사진의 뻥뻥 뚫린 가방 이미지는 (예상하신 대로) 꼼데가르송의 레이 가와쿠보 작품으로, 꼼데가르송 가을/겨울 2014~2015년도 남성복 컬렉션이 떠오른다. 다른 창작자들이 각자의 직업적 특성과 철학을 루이비통 고유 유산과 결합하는 데 몰두한 느낌이라면, 이 작업만큼은 디자이너의 반골 기질이 다분히 엿보였다고 생각한다(다른 참여자들과 달리 그는 공식 이미지의 사진 촬영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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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게리의 '더 트위스티드 박스 The Twisted Box, Frank Gehry'

두 번째는 프랭크 게리의 작품이다. 이 귀여운 가방은, 잘 보면 직사각형이 아니고 유선형이다. 마치 그의 건축물을 축소하여 모노그램을 덧입힌 것처럼 말이다. 가방 내부의 파란 모노그램 부분은 프랭크 게리가 직접 그린 모노그램 문양이 돋을세공 엠보싱 처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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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공식 웹사이트에 올라온 제작 당시 사진 중 하나. 이런 식의 표본 제작 sampling 작업을 거쳐 만들어졌다. 

'모노그램을 기념하며' 프로젝트를 보고 문득 떠오른 것은 2000년대 초반 알게 된 루이비통 100주년 기념 협업 collaboration이 었다. 다니던 고등학교 옆이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이었던 까닭에 루이비통만큼은 퍽 선명하게 기억한다. 물론 고등학생이라 패션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요새 친구들이나 다른 패션 관계자들처럼 어릴 적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지도 않았다. 그때보다도 훨씬 어릴 적, 그러니까 1980년대 중후반 내게 루이비통이란 브랜드는 미국에서 오신 요조숙녀 같은 친척 할머니가 들고 다니시던 오래된 가방 브랜드였다. 그런 루이비통이 딱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혁신의 조짐을 보이더니 이후 마크 제이콥스 Marc Jacobs라는 걸출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만나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 스티븐 스프라우스 Stephen Sprouse와의 그래피티 가방 시리즈나 무라카미 다카시 村上 隆·Murakami Takashi와의 체리 블라썸 Cherry Blossom 시리즈, 멀티컬러 모노그램과 애니메이션 작업 <슈퍼플랫 모노그램 Superflat Monogram>도 나오기 전 이었다. 마크 제이콥스가 고루해 보이던 연갈색 모노그램을 변화무쌍하게 탈바꿈하는 과정이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의 거대한 진열장 '캠페인 광고'로 생중계됐다. 스무 살 무렵에는 루이비통 매장에 들러서 꼬박꼬박 시즌 카탈로그를 챙겼다. 온갖 제품이 나온 두툼한 카탈로그를 보며 감탄과 동시에 '저런 옷을 어떻게 입고 다니지' 했다(요즘 포털 사이트에 내가 쓴 패션위크 기사를 보면 비슷한 댓글이 달려서, 그 난해한(?) 마음을 잘 이해한다). 이 기억은 내게 '럭셔리' 브랜드가 그저 '사치품'으로 보이지 않게 한 첫 경험이 아니었나 싶다.

덧붙여 하고 싶은 이야기는 1996년의 루이비통 100주년 협업이다. 2014년의 협업도 그 규모나 작업의 질, 홍보에 이르기까지 대단하지만 당시의 협업도 입이 떡 벌어졌다. 1996년, 지금과 비교하면 하이패션이 온전히 하이패션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으며 혁신인지도 모른 채 혁신의 소용돌이로 패션이 빨려 들어가던 시절, 내가 가장 좋아한 루이비통의 협업은 헬무트 랑 Helmut Lang의 작품이었다. 헬무트 랑은 루이비통 모노그램을 덧입힌 레코드 케이스 record case를 만들고, 이 작업을 위한 캠페인 광고에 힙합의 '조상'과 다름없는 그랜드마스터 플래시 Grandmaster Flash from 'Grandmaster Flash and the Furious Five'를 모델로 기용했다. 그랜드마스터 플래시는 광고의 모델이면서 헌정의 대상이었다. 아래 사진의 광고 캠페인이 바로 그것이다. 퍼렐 윌리엄스 Pharrell Williams, 카니예 웨스트 Kanye West, 제이지 Jay-Z와 션 콤즈 Sean Combs a.k.a. Puff Daddy가 패션 사업에 뛰어들거나 패션의 중심에 서기 전에도, 럭셔리 브랜드와 전설적인 패션 디자이너, 그리고 음악가가 만난 이런 멋진 협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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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무트 랑이 디자인한 가방과 함께 루이비통의 1996년 캠페인 모델로 선 그랜드마스터 플래시 Grandmaster Flash on Louis Vuitton's campaign, collaborated with Helmut Lang, 1996.

지금 우리는 수많은 '협업'의 시대에 산다. 이제 웬만한 화제로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어렵다. 협업으로 나온 제품이 이전 시대에 존재하던 개별 브랜드만큼 많아진 느낌이라 종종 피곤하기도 하다. 그뿐인가. 자본 논리는 20세기보다 더 정교해진데다 갈수록 가진 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며, 유행의 변화는 지역색을 무디게 하고 범세계적인 흐름으로 개편된다. 웬만한 협업 이야기는 처음 그 단어를 듣고 경이롭게 바라보던 시절처럼 감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여전히 '협업'이라는 단어를 곱씹는다. 어떤 '감탄'과 '경이로움' 사이에서, 단지 홍보와 제품의 판매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마주했을 때의 기억이 내게는 협업의 가장 좋은 점이었다. 항상.

http://celebrating.monogram.lv/

© images courtesy of Louis Vuitton


written by Hong Sukwoo, yourboyhoo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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