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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Essayist _ mon, November 10, 2014

일할 때 이름 뒤에 여러 호칭이 붙었다. 가장 처음에는 누구누구 씨. 그 후에 기자님, 실장 님, 선생님, 편집장님, 대표님(정작 자신의 회사를 세운 친구들 옆에서 무얼 대표했을까, 나는)까지 생각하니 참 여럿이다. 간 혹 누가 어떻게 불러야 하느냐고 물으면 사람 뒤에 붙은 사회적 계급들이 퍽 어색했다. 일의 체계란 존재하나 일하다 만난 사이가 아 니고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니라면 딱 석우 씨, 정도가 좋다.

요즘 시간이 나면 좀 걷는다. 음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 라 길거리 자동차 소리며 이런저런 소음을 줄이려고 이어폰을 끼고, 걷자고 마음먹은 반경에서 설렁설렁 이 골목, 저 교차로, 그 뒷 길 식으로 정처 없다. 혼자 걷다 보면 도중에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이 뚜렷하게 나뉜다. 책 읽기는 무리이고, 스마트폰을 두 어 번 손가락으로 밀고 당기는 것은 자주 하는 일이지만 다시 어깨에 멘 가방끈을 한 번 고치고는 두 주머니에 양손을 꾹 넣고 전방 을 향한다. 한 시간 남짓 걸어도 - 이 땀 많은 사내가 - 손수건 꺼낼 일 없다는 것은 온난화의 영향이더라도, 일교차는 비록 널 을 뛰어도, 길어진 가을 끄트머리의 축복이다.

직업의 호칭으로 사람들에게 불린다면, 하나 얻고 싶은 것은 있다. 에 세이스트 essayist처럼 조금 쑥스러운 영어 대신 수필가로 불릴 날이 온다면 좋겠다. 이십 대 중후반 한창 직업과 나라는 개인 과 사람들의 관계 사이에서 고민할 때 처음 생각했다. 글 쓰는 걸 좋아하는데 몇 번인가 습작처럼 온전히 상상해서 짓고자 했 을 때 대번 새로운 세계를 구상하는 문학은 길이 아니었다. 돌아보니 블로그에 일기만 한가득하였다. 나만 알아보도록 쓴 암호 같 은 글도 어느 시간과 장소가 떠오르곤 했다. 나만의 고민이 아니어서 모르는 이에게 공감을 준 적도 여럿 되었다. 그러니 '수필'이 었다.

그저 끄적이는 게 아니라 직업의 하나로 수필가가 되는 법은 인터넷이 알려주지 못했다. 등단 登壇이 좋은 방법이겠지만 열심히 찾아보진 않았고 재능도 의문이었다. 글을 싣는 대신 소정의 금액을 요구하는 이상한 지역 문학지들은 뜻밖에 여럿 보았다.

문자 文字의 창 작이 어느 때보다 쇠약해진 시대에 여전히 글을 쓴다. 습관처럼 기록하려고, 혼자 생각을 정리하려고, 훗날 '그때'가 되는 지금 의 고민을 불특정다수가 봄 직하게. 하지만 그저 쓰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역시 내가 좋은 글 읽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바 랜 종이에 꾹 눌러 담은 누군가의 사색과 그 결과물을 탐독하는 것은 수십 년 후를 상상해도 가장 자신 있게 좋아한다고 얘기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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