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hard Haines of 'What I Saw Today'


Seoul, S. Korea
mon, November 24, 2014
Richard Haines 리처드 헤인즈, artist & fashion illustrator, blogger of 'What I Saw Today'.


place: Studio BONE, 247-22 B1F, Nonhyun-dong, Gangnam-gu

약 2년 전 친구 리키 Rickey Y. Kim가 이메일로 리처드 헤인즈 Richard Haines를 소개해주었다. 마침 <스펙트럼 spectrum> 매거진을 만들 때라 예술가들의 작품를 소개하는 '셰어즈 SHARES' 챕터에 그의 삽화 illustration를 실었다. 그리고 올해 11월 하순, 리처드는 우리나라 패션 브랜드 톰보이 TOMBOY와 협업 collaboration하여 여섯 벌의 코트를 입은 여성을 그렸고 그 작업의 일환으로 서울에 왔다. 마침 리키에게 꼭 만났으면 좋겠다는 이메일이 왔고, 몇 번의 일정 조율 후 대면하게 되었다. 
리처드는 패션 디자이너로 수십 년을 살았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하고 싶어 한 '일러스트레이터'의 길을 걷기로 했다. 당시 기업 덩치를 줄이던 여러 패션 회사들이 그의 연봉을 맞추기 어려웠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노라고 했다. 그는 그림을 그리며 '내가 오늘 본 것들 What I Saw Today'라는 블로그를 만들었다. 벌써 6년 전이니 '패션 블로그'의 초창기 시절이었다. 스트리트 패션 사진이 아닌, 길거리와 일상과 컬렉션장에서 마주한 인물을 소묘 drawing로 선보이는 것은 흔치 않았다(지금도 마찬가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곳에서 연락이 왔고, 몇 번의 협업과 프로젝트, 매체 기고와 개인 작업을 병행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그는 제이크루 J.Crew와 처음 큰 규모의 협업을 진행하고 진열장 showwindow에 걸린 순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참 멋진 작업이라 생각한 것은 프라다 Prada와 만든 여섯 벌의 티셔츠 T-Shirts였다. 
저녁 무렵 스튜디오에 도착한 리처드와 악수하며 '손 hands'이 유독 눈에 들었다. 그의 손은 키만큼이나 컸고, 나이에 걸맞은 주름이 졌고, 손톱 사이에 검은 때가 빼곡히 끼어 있었다. 그 '검정'은 작업과 삶이 그리 분리되어 있지 않은 다른 창작자들을 떠올리게 했다. 여행 때 항상 스케치북과 작업 도구를 들고 다닌다면서, 오늘 낮에 만나서 그렸다는 그림도 몇 장 보여주었다. 대화는 유쾌했다.
인터뷰하며 특히 흥미롭다고 느낀 점은 두 가지였다. 모든 작업을 손으로 시작하여 마무리하는 '그림'을 블로그와 사회관계망서비스 SNS 같은 디지털 매체로 보여주면 사람들이 열광한다는 점이었고, 다른 하나는 미리 찾아본 인터뷰에 빼놓지 않고 들어간 그의 어린 딸에 관한 내용이었다. 큼지막한 손에 쥐니 별로 커 보이지 않은 하얀 아이폰 6 플러스 iPhone 6 Plus 사진첩을 뒤져 그가 보여준 사진은 내년에 대학생이 된다는 딸이 집 소파에 누워 두 발을 모퉁이에 올린 채 맥북 MacBook을 만지는 모습이었다. 
평범하고, 그러면서도 십 대 소녀답고, 여느 흔한 가족이 사는 집안 풍경의 조각. 어떤 대단한 창작의 비결이 아니라, 이러한 지점과 순간을 새로 낼 <스펙트럼>에 담고 싶었다. 그의 작업 특유의 여백과 상상, 그 여유로운 분위기처럼 말이다.

designerman-whatisawtoday.blogspot.com / instagram@richard_ha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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