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eekend _ sat, November 01, 2014

금요일 저녁 술자리에서 한 이야기처럼 '오랜만에 다음 월요일이 무겁지 않은 주말'을 앞두었다. 집 에 들어가자마자 깨지도 않고 - 얼마나 오랜만인지 - 잠든 후 딱 토요일 아침 여덟 시에 눈을 떴다. 아버지는 나가셨고, 매일 보 는 아침 뉴스도 오전의 이른 햇볕과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오는 가을바람에 가벼웠다. 오전 열 시에 동대문에서 어느 패션 관련 심사 가 있다. 부지런히 준비해서 나가는 게 옳지만 잡지 몇 권을 보고, 이제 바꿔야지 하고 찾던 아이폰 iPhone 케 이스를 운 좋게도 일찍 찾고, 덤으로 눈에 띈 범우문고 <피천득 수필>을 발견했다. 문고판은 항상 읽다가 책갈피 해 둔 곳이 줄어들수록 아쉬운데 4분의 3은 남은 듯하여 좋았다. 스마트폰 대신 종이를 한 장 더, 밖에서 돌아다니며 넘길 생각하 니 괜히 여유로웠다.

주말에 무얼 할 때 가장 기분 좋은가, 생각하니 별다른 것도 아니었다. 사람 많고 평일의 관계들 이 어색하게 이어지는 곳은 접어두고, 평일에 해야 했던 혹은 해야 할 일을 미리 정리하지도 말고, 작은 화면을 손가락으로 눌렀 다 폈다 하며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는 창조의 향연도 저리 치우고, 그저 다시 눈치 없이 따뜻해진 가을에 알맞은 옷차림과 카메 라, 작은 책 한 권, 그리고 땀 많은 나를 위한 손수건과 작은 공책과 만년필. 이 정도면 충분한 것이다.

이런 기분을 담아 다음 <스펙트럼 spectrum>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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