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주기 _ Sun, April 16, 2017


어제는 콜드플레이 Coldplay 공연을 보았고, 날씨는 봄을 넘어 초여름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화창했다. 이틀에 걸쳐 두 명의 생일이 겹쳐 두 자리 모두 짧게나마 참석하여 축하했다. 오늘은 내일부터 본격 시작하는 일들의 연락을 계속 주고받으며 마지노선처럼 남은 이번 주 마지막 일들 역시 마무리해야 한다. 몸은 집에 있는데 마음이 바쁜, 초여름 기온과 미세먼지의 일요일이랄까. 땀으로 흠뻑 젖었다가 마르고서는 올림픽 공원에서 신사동으로 자리를 옮겨 4월 16일로 넘어온 자정 무렵, 막 스물일곱 번째 생일을 맞이한 우중이에게 고량주를 따라주며 안 그래도 몇 번인가 이야기한 주제가 다시 나왔다. 벌써 3주기가 된 세월호 참사.

여전히 사람들은 왜 분노하는지, 왜 다른 수많은 사고와 이 사고를 감정적으로 다르게 받아들이는지, 그 분노와 추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주위 어른 사이와 세상에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왜 '아직도 이용해 먹고 있냐'고...? 사고가 일어난 당시, 국가가 응당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고 책임자들은 회피로 일관하였으며, 심지어 주의를 다른 곳에 돌리기 위한 희생양을 만들어내고 힘이 닿는 일부 언론을 통제했다(그리고 주모자들에게 아무 일도 없었다). 필요한 권력을 휘어잡기 위하여 좌파와 우파의 대결과 대립 구도를 만들어 물타기 했고 제법 성공적으로 먹혀 들었다(소수 정신병자에게만, 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그야말로 선동되었다는 게 슬프다). 진상 조사에 엄정해야 할 위원회가 부당한 탄압과 여권의 반대로 흐지부지되었던 사실 또한 생생하다. 수용소 감방 벽 색깔까지 문제 삼는 (참으로 대단한) 전 대통령의 일곱 시간 역시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가 꾸준히 세월호 참사를 생각해야 하고, 올바른 언론이 진상을 추적해야 하며, 사법 기관과 정치권이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게 차고 넘친다.

2014년 4월 16일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렇게 오래된 일을 아직도 기억한다는 게 신기할 정도이지만, 아마 그날의 슬픔을 기억하는 많은 이가 비슷할 것이다. 짧은 글을 한 토막 쓰면서도 가슴 깊은 곳에 꽉 막힌 답답함과 분노,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섞여 있다. 준비 기간을 '이해'하더라도 너무나 늦게 끌어 올린 침몰한 선박과 그걸 막기 위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애를 썼을 부역자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다. 정권이 바뀐 후에는 반드시 응당한 처벌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였으면 한다. 더불어 미수습자 가족분들이 어떤 기분으로 계실지 정말 상상도 가지 않는다. 지금 진행하는 작업은 유가족들이 온전히 바라는 방향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 안에 대체로 어두운 부분이 짙게 깔려서 소위 말하는 적폐, 혹은 불합리한 시스템으로 정착된 곳에는 모두 '이전' 잘못을 어떤 식으로든 덮고 간 전례가 존재했다. 이미 쌓인 전례만 해도 대한민국 땅을 뒤덮을 정도로 한가득할 테다. 그런 날이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고 더 올 거로 믿지만, 적어도 벌어진 일들을 하나씩 고쳐나가고 옳게 바로 잡는 정의를 체감으로 느끼는 세상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Seoul, S.Korea
Fri, May 02, 2014

서울 광장
 Seoul Plaza 세월호 희생자 합동 분향소



photograph by Hong Suk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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