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ca in Bangkok


블로그에 몇 번 올렸지만, 2월 말부터 3월 초순까지 방콕에 다녀왔습니다. 라이카 Leica Q 한대 가지고 간 여행이었는데, 첫 방문이기도 했고 계획만큼 돌아보진 못했지만 즐거운 일주일을 보내고 왔습니다(다만 낮 기온은 35도).

하나 (혼자) 재밌는 일화가 있어서 올려봅니다. 방콕 번화가에는 거대한 쇼핑몰들이 많이 있는데, 맞은편에 혼자 도착해서 막 담배를 한 대 태우고 있었습니다.

아래 첫 사진처럼 테스트 컷을 찍어본 후 연기를 혼자 내뿜는 중, 면바지와 셔츠에 오래 쓰신 듯한 낡은 야구모자와 대비하는 멋진 갈색 가죽 구두를 신은 노신사 분께서 말을 거셨습니다. 일본 분이셨는데, 지금은 방콕에 거주하신다고 했어요.

노신사 분: 저기요, 카메라 뭔가요?
나: (깜짝 놀라서) 아, 라이카에요. 라이카 Q.

노: 역시 라이카였군요. 저도 라이카를 쓰는데, 필름 라이카부터 시작해서 한 25년 정도 썼어요. 지금은 M9(혹은 M9P였을 겁니다. 가물가물….)를 쓰고 있어요.
나: 와! 대단하시네요. 혹시 사진가이신가요?

노: (웃으면서) 아뇨, 그냥 아마추어 사진가죠. 어디서 왔나요?
나: 서울 Seoul이요, 한국에서 왔어요.

노: 서울이군요? 거기 친구들이 좀 있어요. '(에스 엔 유, 스누, 라고 발음하시며) SNU'라고 아나요? '연세대학교'에도 좀 있고요.
나: (직업을 다시 여쭤보지 않았지만,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 얘기를 듣고는 아마도 교수님이겠거니 짐작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대략 이런 대화를 나눈 후, 명함이라도 드리며 사진이라도 한 장 찍고 서울 오시면 연락해주세요! 라며 인연이 이어졌다면 더 좋았겠지마는,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말한 탓인지 생각만 하고는(...) 바이바이, 헤어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좀 아쉽긴 합니다.

제 라이카 Q는 앞면의 빨간 로고를 검정 종이테이프로 가리고 있어서, 카메라 관심 있는 분들이 '라이카 맞아요?' 하며 가끔 물어보실 때가 있거든요. 뭔가 신기한 순간이었는데, 문득 생각나서 한 번 올려봅니다.

아래 두 번째 사진이 얘기를 마치고 유유히 갈 길 가시던 노신사 분의 뒷모습이었습니다.


Bangkok, Thailand
Sat, March 04, 2017

Sunset


An old gentleman in Bangkok


photographs by Hong Suk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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