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cle] My View on Fashion Social Media


BOLD Journal
Issue No.04 — Lifelog


My View on Fashion Social Media — 패션 소셜 미디어를 바라보는 어떤 시선

처음 거리 패션 사진 street fashion photography 블로그를 만들자고 결심한 건 2005년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블로그를 만들 마음은 없었다. 웹사이트를 만들고 싶었지만, 당시 만들어주겠노라 말한 친구가 군대에 가는 바람에 반쯤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다 외국 블로그 두 개를 봤다. 영국의 ‘페이스 헌터 Face Hunter’와 미국의 ‘사토리얼리스트 The Sartorialist’였다.

이반 로딕 Yvan Rodic과 스콧 슈먼 Scott Schuman이라는, 이제 2000년대 패션 블로그 시대의 1세대 개척자로 자리 잡은 둘은 구글 Google이 만든 ‘블로그스팟 Blogspot(현재 Blogger.com으로 변경)’에 사진을 올리고 있었다. 블로그라면 이미 네이버에 일기장처럼 사용하고 있어서 진입 장벽이 낮았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구글에 블로그를 만들고 2006년 10월 첫 사진을 올렸다.

한창 주가를 올리던 네이버 블로그 대신 아직 한국 사용자들이 많지 않은 구글을 쓰기로 한 이유는 간단했다. 아직 ‘한류’라든지 ‘케이팝 K-pop’ 같은 문화가 세상으로 확장되기 전이라, 사람들은 서울이 어디에 있는지도 정확히 몰랐다. 한국 사람들뿐 아니라 외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서울에도 이런 스트리트 패션 street fashion이 존재한다고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스트리트’라든지 ‘패션 스냅’ 같은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고 싶지는 않았다. 

이름을 지으려고 고민하던 때 정확히 이십 대 중반을 관통하고 있었고, 그때 주변에는 하나둘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친구들이 존재했다. 매일 들어가 볼 블로그 이름으로 지으면 사라지던 ‘동심’을 조금이라도 더 기억할까 싶어 ‘당신의 소년기, yourboyhood.com’이라고 지었다.

앞선 내용이 이를테면 웹사이트가 아닌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라면, 하고 많은 사진 중 ‘거리 패션 사진’을 기록하자고 마음먹은 이유도 물론 있다. 나는 02학번으로 2002년에 처음 대학생이 되었다. 당시 패션의 중심이던 압구정동에서 초중고교를 다녔지만, 패션에 관심 많은 학생은 아니었다. 그러다 나를 포함해 남들과 똑같이 입고 다니는 수많은 사람을 거리 풍경에 묘한 부끄러움을 느낀 고3 어느 봄 이후, 그저 ‘남들과 달라지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로 패션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인터넷과 커뮤니티는 존재했지만 지금처럼 정보들이 차고 넘치지 않던 시절이었다.

동대문에서 일본 잡지 몇 권을 사고, 그래 봤자 학생이 할 수 있는 정도로 용돈을 모아 옷을 사고, 그러다 보니 지금으로 보면 소위 ‘편집매장(당시는 흔히 ‘멀티숍’으로 불렀다)’들에서 일하던 또래 친구들이 생겼다. 수능을 본 이후, 여전히 남들과 다른 패션을 지상과제처럼 몰두하다가 어떤 웹사이트의 패션 스냅을 ‘찍혔다’. 

어린 마음에 벅찰 정도로 기뻤던 나는, 당장 웹사이트에 들어가 사진을 보다가 ‘스트리트 스냅을 찍을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봤다. 지금은 사라진 동대문 거평 프레야타운 오피스텔 사무실에서 200만 화소(!)짜리 코닥 Kodak 디지털카메라를 받았다. 카메라를 받자마자 동대문 멀티숍 친구들을 찍고, 다시 바깥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말을 걸고, 2년 정도 그렇게 거리 패션 사진을 찍었다.

(회사가 망해서) 자연스레 웹사이트도 없어졌기 때문에 – 당시 서울을 기록한 웹사이트가 사라졌다는 게 지금 좀 아쉽긴 하다 - 사진을 올릴 ‘플랫폼’이 사라지고는 여느 또래 ‘패션 키즈 fashion kids’처럼 패션 잡지에 몰두했다. 그러나 월간지들이 기록하는 패션과 유행의 허망함이 어린 나이에도 금세 다가왔다. 단 하나의 주제만을 다루더라도, 내가 보는 서울 풍경과 주변 사람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마침 2005년 즈음에 만나던 친구들은 대체로 대학교 바깥에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패션’에 완벽하게 몰입했다. 파티를 열기도 했고, 일상처럼 홍대 주변 어딘가에서 밤마다 술을 마셨고, 정형돈과 지드래곤 G-Dragon 탓에 유명해진, 아직 청계천 고가도로를 허물기 전부터 수십 년간 그 자리에 존재한 동묘 벼룩시장에 가서 헌 옷더미를 함께 뒤지곤 했다. 블로그를 만든 초기에는 그들을 찍고, 메모리 카드에 든 사진을 조금 보정한 후, 올렸다. ‘패션 블로그’라는 단어가 생기기도 전이었는데도, 반응은 아주 빠르게, 또 세계적으로 왔다.

두어 달 만에 싱가포르와 이탈리아 Italy <엘르 ELLE> 매거진에서 사진을 싣고 싶다고 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 The New York Times>가 발행하는 <티 매거진 T Magazine> 인터넷판에 인터뷰 기사가 실렸을 때는 사진을 찍으며 알게 된 미국 친구들이 자기 일처럼 축하해주었다. 하지만 ‘패션 블로거’가 된다든지 하는 목표 의식이 주된 동기는 아니었다.

2009년인가, 이제 막 ‘패션 블로그’라는 단어가 대한민국 잡지들 사이에 들불처럼 퍼지기 시작하면서 나 또한 그들의 범주에 묶여 인터뷰나 취재 요청을 자주 받았다. 그때 생각은 더 분명해졌다. 트렌드, 유행, 패스트 패션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모든 것에 휩쓸리지 않고 조금 천천히 걷더라도 묵묵히 ‘사적인 기록’을 담고 싶었다. ‘아카이브 archive’라는 단어가 가장 중요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어렸고 또 치기 어렸다.

처음 ‘Your Boyhood’ 블로그를 연지 이제 10년(!)이 넘어버렸다. 2010년 이후 한국에도 소위 패션 블로거와 거리 패션 사진을 찍는 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이래, 솔직히 거리 ‘패션’ 사진을 찍는 데 완벽하게 흥미가 떨어졌다.

알던 사람들과 모르는 이들의 패션을 꾸준히 기록했다는 건 의미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본 많은 블로그와 패션쇼장 앞에 선 수많은 사람은 모두 그저 ‘찍고 찍히는’ 자체에 함몰했다. 그 안에는 특정 개인의 생활로부터 이어진 자연스러움이 존재하지 않았고, 세계 어디서나 볼법한 유행이 자리를 틀었다. 비슷한 시기 사람들을 담았던 이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는 곧 ‘패션 블로그’의 몰락이자 ‘패션 소셜 미디어’, 즉 사회관계망서비스 SNS의 폭발적 성장 시기와도 궤를 같이했다.

좀 더 ‘이미지와 사진’에 집중한 인스타그램이 주류 SNS로 자리 잡은 이래, 정말로 유명한 블로거 사진가들 몇몇을 빼면 모두가 남들의 거리 패션을 보기 위해 블로그를 들어가는 대신 매일 자신이 입은 스타일을 ‘셀피 selfie’처럼 각자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아웃핏 오브 더 데이 Outfit of the Day’, 해시태그로 #ootd로 쓰는 일상복 스타일은 ‘데일리 룩 daily look’의 범위 안에서 좀 더 사적인 영역으로 파고들었다.

이는 패션 블로거 시대에 득세한 거리 패션 사진과는 조금 다른 함의를 띤다. (여전히 존재하는) 거리 패션 사진이 전 세계 패션위크처럼 특별한 이벤트가 열리는 공간 속 특별한 사람들에 집중한다면, 소위 ‘데일리 룩’으로 부르는 사진은 누구도 아닌 ‘나’, 즉 개인이 모든 콘텐츠의 주체가 된다. 멋진 사람들의 스타일을 보고 참고하더라도, 결국 이 사진을 올릴지 말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팔로워가 얼마나 늘지, 결정하고 판단하는 모든 주체는 다시 개인이 되었다. 슬며시 남들을 훔쳐보는 관음과 서서히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노출의 욕구가 황금비율로 맞물렸다.

굳이 ‘데일리 룩’을 바라보지 않더라도, 패션 저널리스트 혹은 몇몇 잡지의 편집자로 일하며 종종 아쉬움이 든 순간은 외국 패션계가 지닌 방대한 ‘아카이브’의 힘이었다.

‘꾸준히 기록하고, 저장하여, 보관한다’는 아카이브의 간결한 특징은 빠르게 사는 요즘 사람들의 일상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하지만 20세기 패션이나 잡지사를 심층적으로 정리한 외국 서적을 볼 때, 1990년대 전설적인 컬렉션을 다시금 앱 app에 공개하기 시작한 외국 패션 매체들을 볼 때, 그리고 다시 우리나라 대형서점에 가서 여전히 빈약한 패션 전문 서적란을 볼 때 기록의 힘을 떠올린다.

모두가 관찰자 대신 주체가 되고, 일개 직장인이 유튜브 채널로 대기업 사원보다 더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패션 블로그가 늘면서 평범했던 사람들이 유명인사의 반열에 오르는 시기를 거치고는, 이제 정말 보통 사람들이 다시금 각자의 유명세를 치르는 시대가 되었다. 빛의 속도로 바뀌는 시대를 받아들이지 못한 기성 매체들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생긴 찰나의, 그러나 거대한 변화였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의 데일리 룩 열풍을 관대한 시선으로 즐긴다. 특별한 누군가가 굳이 특별하게 무언가를 기록할 당위가 이 시대에는 없다(모두가 스마트폰 사진가인 시대!). 더 많은 이가 더 많은 시선으로 더 많은 무언가를 기록한다. 그 안에서 옥석을 고르는 것 또한, 결국 보통 사람들의 몫이 되었다.

























아버지들의 삶을 다루는 잡지 <볼드 저널 BOLD Journal2017년 봄호에 쓴 글입니다. 제목과 내용을 편집하기 전, 원본입니다.

I wrote an article that named '
My View on Fashion Social Media' that contributed to <BOLD Journal>'s No.04/ Spring 2017 issue.



Photographs and Written by Hong Sukwoo 홍석우
Fashion Journalist, <The NAVY Magazine> Editor/ Fashion Director.

서울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패션 저널리스트이자 컨설턴트, 수필가인 홍석우는 패션 바이어와 스타일리스트, 강사 등을 거쳐 미국 스타일닷컴 Style.com 컨트리뷰팅 에디터와 서울의 지역 문화를 다룬 계간지 <스펙트럼 spectrum>과 <어반라이크 Urbänlike> 편집장 등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의 거리 사진을 올리는 블로그 ‘yourboyhood.com’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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