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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행진 The March of Fools _ Sun, July 16, 2017


밤인지 새벽에 TV 채널을 돌리다가, 꽤 드물게도 오래된 한국 영화가 나오고 있었다. <바보들의 행진 The March of Fools>. 1975년 작으로, 하길종 감독의 영화다. '쎄시봉'으로 유명한 송창식의 '고래사냥'과 '왜 불러' 같은 노래가 이 영화의 배경에 쓰여서, 영화를 본 나의 세대는 드물지언정 음악이야 어릴 때부터 자주 들었을 것이다.

영화는 서울, 대학생들의 삶과 좌절과 사랑과 낭만을 그린 최인호의 원작 소설이 바탕이다. 지금 기준으로 무려 40년(!)이 넘게 지났다. 물론 배경도 서울에서 출발한다. 숙맥인 남자 주인공의 친구(사실 두 명의 주인공으로 불러야 마땅하다)가 자전거로 - 막 어떻게든 접근해보려는 미팅 여학생을 - 대학교까지 데려다주는 장면이 나온다. 새침하지만 당돌한 그녀는 '교통비 20원이 굳어서 고맙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고 서울 시내를 질주하는 장면에서, 주변 사람들이 유독 주인공들을 쳐다보며 실실 웃는 장면이 많다. 요즘 영화처럼 완벽하게 거리를 통제하거나 편집으로 숨기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20원 굳고 결국 데이트로 맥주까지 얻어 마신 그녀의 학교는 이화여자대학교이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 중 꽤 여러 차례 방문했던 곳이지만,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의 변화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판잣집 같은 주택가가 정문 옆에 커다랗게 있고 말이지. 청춘 영화이니까, 라는 전제를 깔면서도 당대 서울 거리가 지금 간판 천국보다 더 깔끔해 보이는 건 그저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직 경제가 발전하고 있던 그 시절 도시는 전체가 거대한 광고판이 되기 전이라서일까.

유독 미국 영화를 보면, 가족 영화든 비정한 범죄 영화든 가릴 것 없이 등장인물들이 보는 브라운관 TV 안에 오래된 - 제목도 모를 - 고전 흑백 영화들이 자주 등장한다. 어떤 영화는 그저 배경처럼 넘어가고, 어떤 영화는 액자 속 액자처럼 영화 흐름을 은유하며 대입한다. IPTV가 아니라 케이블 TV가 막 등장하던 시절에는 80년대 초중반 <TV 문학관>처럼 오래된 한국 사회 단면을 대리 체험할 수 있는 영상을 제법 송출했다. 하지만 요즘은, 어제 본 <바보들의 행진>이 무척 진귀하다고 느낄 정도로 씨가 말랐다(차라리 예능을 보고 말지, 누가 보겠나 싶고). 

어떤 과거를 돌아볼 때, 버릇처럼 외국 문화의 시간대만을 고려할 때가 있다. 명절의 <나홀로 집에>처럼, 오래된 한국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것들이 TV를 틀면 그저 어딘가 돌아가고 있다면 좋겠다. 소설에서, 어떤 이야기 속에서, 발견하고 금세 잊었던 향수 비슷한 것이 종종 뜻하지 않은 영상 안에 고이 숨 쉬고 있다.


추신. 지레짐작으로 '촌스러운 70년대 청춘영화'로 생각하기 쉽지만, 지금 봐도 당시 대사의 어색함만 극복하면 빼어난 걸작이다. 유튜브에도 올라와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꼭 한 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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