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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KYU Magazine pop-up store in Seoul _ Sat, July 22, 2017


며칠 늦은 친구 생일 겸 술자리를 마치니 새벽이 되었다. 더워서 깨어나고 물을 마신 몇 차례인가 빼면 토요일 오전은 온전히 잠에 맡겼다.

입원한 엄마를 대신하여 최소한이라고 해도 집안일은 온전한 몫이 되었다. 빨래하고, 널고 걷고, 걸레를 짜서 바닥을 닦고, 설거지하고, 둥굴레차를 끓여 식힌 후 유리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는다. 음식물 쓰레기는 두 번 밀봉하여 냉동실에 우선 넣어둔다. 밀봉할 때는 집게라고 하나, 식빵 봉지 입구를 여무는 작은 직사각형 플라스틱을 쓴다.

이 이름 모를 플라스틱은 주방과 가정을 위한 희대의 발명품이라고 어린 시절부터 생각하였다. 집에 있는 청록색과 분홍색 플라스틱은 국민학생 때 시리얼을 사면 주던 사은품이었다. 무늬를 넣은 까만 도자기 밥공기도, 강원도 태백에 살 때 '외국 물건' 팔던 작은 가게에서 샀다. 엄마와 둘이 가서, 독일제라며 잘 깨지지 않는다고 직접 시연해 보인 아주머니가 주인이었다. 어쩐지 이 기억은 잊지 않았다.

집안일을 하면서 습관처럼 튼 TV에서 영화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을 봤다. 거의 처음부터 제대로 본 건 처음이었다. '동심'이란 말을 자각한 건 대체로 동심을 유지하고 있을 때는 아니었고 훨씬 나이 든 후였다. 눈물이 찔끔 나는 장면이 몇 번이고 있었다. 가족애를 굳이 강조한 영화에 어쩐지 거부감이 들던 시절도 있었다. 사람이 먹는 게 나이만은 아니었다.

병원에 들러서 필요한 물건을 가져다 드리고, 어딘가 흘렸다는 칫솔도 하나 사 드린 다음, 치료 경과를 들었다. 그저 상처 하나 난 게 왜 입원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생각보다 차도가 있지 않다. 일단 다음 주까지 경과를 봐야 한다고 오늘 내원한 인턴 의사가 말했다고 하셨다. 별일이야 있겠냐고 되뇌면서 괜히 걱정이 들기도 한다. 영화 때문일까. 노년에 접어든 엄마의 나이와 체력을 저리게 실감했기 때문일까.

어제 나눈 대화 중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신작 <덩케르크> 얘기가 제법 길었다. 영화관에서 아이맥스 IMAX로 봐야 한다고 사람들이 말한다. 새벽 극장에 충동적으로 가서 보고 싶지만, 실천할지는 아직 모른다.

날씨 탓인지 감정 탓인지, 어떤 얘기에 참여하여 떠들다가도 종종 딴생각을 하거나 정신만 다른 곳에 다녀온다. 지금은 어쩔 수 없다.

토요일 저녁, 병원을 나서자마자 택시를 타고 한남동에 갔다. 편집매장 '웝트 Warped'에서 여는 <슈큐 매거진 SHUKYU Magazine> 3호와 4호를 사고, 시티보이즈 풋볼 클럽 City Boys F. C.과 만든 흰색 티셔츠를 가장 큰 치수로 샀다. 가슴에 작게 들어간 축구 선수 자수가 귀엽다. <슈큐 매거진>을 만든 타카시 Takashi Ogami 씨와도 인사했다. 그는 갤러리에서 일했고, 명함에는 플래너 Planner, 에디터 Editor, 라이터 Writer라고 쓰여 있다. <뽀빠이 POPEYE>와 일본 <아이디 i-D> 그리고 <바이스 Vice> 매거진의 컨트리뷰팅 에디터이기도 했다. 갤러리에서 일하며 이벤트를 열고, 음악회와 영화 상영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로 잡지를 만들기로 하였고 결국 실천하였다.

작년 봄인가 1호를 보고 축구를 다루는 방식이 단순히 포털사이트 스포츠 뉴스의 방식이 아니라 신선했다. 승부와 결과와 연봉과 화려함 대신, 스포츠를 둘러싼 변두리 얘기부터 평소 보기 어려운 선수들의 모습까지 다양한 사진과 글이 작은 잡지에 담겼다. 표지와 내지 디자인도 탁월하며, 여러 사람이나 브랜드와 함께한 협업도 인상적이다. 

그에게 내가 만들었던 <스펙트럼 spectrum> 매거진을 여러 권 주었다(팬의 마음으로). <더 네이비 매거진 The NAVY Magazine> 이야기를 하고는 다음에 꼭 인터뷰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를 모르는 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그들의 작업을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다루는 과정이 '잡지의 편집'이고 또 가장 즐거운 작업 과정이라는 생각이 오랜만에 들었다. 

옆자리 의자에 둔 비닐봉지에는 이전에 구매하지 못한 3호 '아이덴티티 특집 Identity Issue'와 4호 '유스 특집 Youth Issue', 그리고 일본어로 커다랗게 '사커 노트'라고 쓴 공책이 함께 들어 있다. 갑자기 내리는 비를 피해 잰걸음으로 걷다가, 택시를 잡고 종종 오는 단골 카페에서 글을 쓴다. 천천히 좋아하는 잡지를 읽고, 웹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거나 낙서를 한다. 주말 저녁을 혼자 보내는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Seoul, S.Korea
Sat, July 22, 2017


SHUKYU Magazine pop-up store and No.4 'Youth Issue' at Warped.


photographs by Hong Suk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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