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cle] 이광호 작가와 에이카 화이트가 협업한 콘셉트 스토어


Noblesse.com Weekly Briefing 노블레스닷컴 위클리 브리핑
No.07 _ Mon, March 20, 2017 (1)

‘노블레스닷컴 위클리 브리핑’은 지난 한 주간 벌어진 국내외 패션·문화·라이프스타일 소식 중 <노블레스> 독자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이야기들을 골라, 매주 월요일 소개합니다.

A. 이광호 작가와 에이카 화이트가 협업한 콘셉트 스토어












© AECA WHITE x Kwangho Lee Concept Store, 2017. Images courtesy of Hong Sukwoo.

에이카 화이트 AECA WHITE의 서인재 대표는 한국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의 산증인과 다름없는 브라운브레스 BROWNBREATH의 설립자 중 한 명입니다. 작년 그는 그간 행보와는 전혀 동떨어져 보이기도 하는 일상복 브랜드 '에이카 화이트'를 만들었죠. 2017년 현재, 무수한 작은 패션 브랜드가 해를 넘어 생존하는 게 더 어려워진 치열한 환경 속에도 에이카 화이트는 예의 단출한 구성과 아름다운 소재로 정직한 옷을 만들며 선방 중입니다.

좋은 소재로 잘 만든 옷.  질리지 않으면서도 간결하고 실용적인 디자인. 에이카 화이트를 두 문장으로 말하라면 이렇게 정의하겠습니다. 화려한 옷처럼 한눈에 드러나지 않을지언정, 일상에서 쉽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좀 더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섬세한 가치를 드러냅니다. 

티셔츠부터 스웨트셔츠와 후드 파카 같은 제한된 컬렉션에 계절이 바뀌면 코트나 재킷을 추가하는 정도로 기성복 브랜드치곤 다루는 범주가 좁은 편이나 짐짓 약점인 부분을 역으로 더 집중하여 풀어내는 재치(혹은 전략)이 그 안에 있습니다. 덕분에 에이카화이트를 근래 나온 한국 패션 브랜드 중에는 가장 눈여겨보고 있어요. 그만큼 이런 종류의 브랜드가 적고, 엇비슷하게 유행하는 옷들로 엇비슷한 필름 느낌 룩북에 집중하는 브랜드에 너무나 질렸기에, 그만큼 소중하다는 얘깁니다. 

비슷한 콘셉트로 영국 '선스펠 Sunspel'이 떠오르는데, 둘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습니다. 선스펠의 디자인이 좀 더 고전적인 측면에서 현대 의복을 다룬다면, 에이카 화이트는 더 동시대적인 풍취와 감각이 있다고나 할까요? 가령 후드 파카 목을 조이는 면 소재 끈의 끝을 흰색 금속으로 마무리하는 게 에이카 화이트의 방식인데, 선스펠에 그러한 느낌을 기대하지 않아요. 이런 차이입니다.

2017년 3월 14일부터 3월 30일까지, 이광호 Kwanghoo Lee 작가가 한남동에 연 '서플라이 서울 Supply Seoul'에 에이카 화이트 콘셉트 스토어 AECA WHITE CONCEPT STORE라는 팝업 매장을 열고 있습니다. 

3주 남짓 여는 콘셉트 매장은 원래 이광호 작가가 만든 전시 공간이었습니다. 대관료를 받지 않고, 미리 신청한 개인이나 단체로부터 받은 전시 주제가 괜찮으면 공간을 빌려주는 형식입니다. 에이카 화이트의 팝업 매장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는데, 이전 다른 전시들과 다른 점은 이광호 작가의 작업을 콘셉트 매장의 인테리어로 활용, 아니 협업했다는 점입니다. 서인재 대표는 원래 이 작가와 친분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둘은 만났고, 이야기를 나눴고, 그러다 보니 아예 팝업 매장을 협업하여 열었습니다.

매장 인테리어 제안은 이광호 작가에게서 나왔습니다. 열선으로 섬세하게 '세공'한 새하얀 스티로폼 오브제는 윈도 디스플레이부터 공간 안쪽 계산대는 물론 오프닝 파티를 위해 준비한 맥주와 시원한 얼음 보관함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쓰입니다. 설원의 절단면처럼 보이는 이 스티로폼 공간은 마치 전위적인 예술 작품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에이카 화이트의 간결하고 명확한 옷들이 오묘한 여백의 미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립니다.

"옷들이 단순하다 보니 디스플레이에 더 신경 쓰게 됩니다. 이광호 작가와 만나서 얘기하면서 항상 시간이 엄청 빨리 지났어요. 서로 할 얘기, 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많아서요. 원래 이번 콘셉트 스토어에 맞춰 함께 만든 '조명'을 선보이려고 했는데 일정상 마무리하지 못했어요."

옷을 만드는 기성복 브랜드와 협업한 조명이라니요…? 이광호 작가는 예술 오브제와 인테리어, 가구 디자인 등 상업과 비상업 작업의 경계를 거닐죠. 그렇게 해낸 작업 결과물을 '시제품 proto type'이라는 전제 아래 에이카 화이트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어 서인재 대표가 설명합니다. 거친 느낌의 어두운 알루미늄에 불투명 플라스틱 소재를 결합한 30cm와 50cm 길이 조명이네요. 단순하지만 아름답습니다. 그럼, 출시 안 하나요? "합니다." 어서 보고 싶어요. 아니, 소유하고 싶습니다.

에이카 화이트 하면 떠오르는 검정과 남색, 흰색과 회색 옷장에 새로 추가한 디자인도 눈에 들었습니다. 미리 세탁하여 빛바랜 원단이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고, 일부 스웨트셔츠는 양쪽을 정확히 나누고 절개한 앞판을 붙였네요. 직접 입어보면 무척 편한 측면 트임의 티셔츠와 요즘 추세를 슬쩍 반영한 듯 어깨선이 내려간 후드 파카도 있습니다. 특히 이번 봄/여름 컬렉션에 처음으로 '피케 셔츠 piqué shirt'를 추가했습니다. 가슴에 어떤 로고 하나 없이 단출한 디자인은 매장에 방문한 여성 고객들에게 특히 인기입니다.

흰색 옷걸이에 건 염색 가공 티셔츠와 손으로 쓸어내린 듯한 표면 질감의 스티로폼 작업은 이 기간 한정 매장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이번 협업을 준비하는 과정을 얘기하던 서인재 대표는 앞으로 진행할 팝업 매장이나 프레젠테이션의 시각 작업에 이광호 작가가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합니다. "서플라이 서울보다 더 커다란 공간이 필요해서 중단한 아이디어도 있어요. 아쉬운 점도 있죠. 그런 것들을 앞으로 함께 해보자고 얘기하고 있어요.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건 없지만요."

서플라이 서울은 하나의 컨테이너에 쇼윈도와 출입문이 있는 구조입니다. 그만큼 단순하고 작은 공간이지만, 지금 열리는 에이카 화이트의 매장처럼 젊고 재능 있는 예술가와 창작자들의 작업을 이곳에서 더 많이, 자주 보고 싶은 바람이 드는 무척 호감 가는 장소입있니다. 지금 서울 그 어느 지역보다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그리고 세련된 풍취의 가게와 매장이 즐비한 한남동 골목에 한 번 들르신다면, 이곳 역시 꼭 방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AECAWHITE CONECEPT STORE x Kwangho Lee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대로42길 41 서플라이 서울 Supply Seoul

2017년 3월 14일부터 3월 30일까지 (March 14 - March 30, 2017)
오후 1시부터 저녁 8시까지 (월요일 휴무) 13:00 - 20:00 pm (Closed Monday)

aecawhite.com
kwangho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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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뉴얼한 <노블레스 Noblesse> 매거진의 디지털 웹사이트, <노블레스닷컴 Noblesse.com>에 2017년 2월 둘째 주부터 5월 중순까지 '노블레스닷컴 위클리 브리핑 Noblesse.com Weekly Briefing'이라는 글을 썼습니다. 패션을 중심으로 예술과 지역 문화 등의 소식을 브리핑 형식으로 올리는 콘텐츠입니다.

위의 글은 다섯 번째 원고의 첫 번째 주제로, 웹사이트에 들어간 것과 조금 다른 수정 전 원본입니다. 편집한 최종 원고는 Noblesse.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Written by Hong Sukwoo 홍석우
Fashion Journalist, <The NAVY Magazine> Editor/ Fashion Director.

서울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패션 저널리스트이자 컨설턴트, 수필가인 홍석우는 패션 바이어와 스타일리스트, 강사 등을 거쳐 미국 스타일닷컴 Style.com 컨트리뷰팅 에디터와 서울의 지역 문화를 다룬 계간지 <스펙트럼 spectrum>과 <어반라이크 Urbänlike> 편집장 등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의 거리 사진을 올리는 블로그 ‘yourboyhood.com’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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