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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olta TC-1 _ Thu, August 17, 2017


2009년에 산 포인트 앤 슛 point & shoot 필름 카메라가 있다. 우리말로 흔히 '똑딱이 카메라'로 부른다. 지금은 소니 Sony가 흡수한 미놀타 Minolta 전성기 역작으로, 손으로 쥐어 감쌀 정도로 작지만 정교한 동작과 기계음이 매력적인 카메라다. TC-1이란 이름인데, '더 카메라 넘버 원 The Camera No. 1'이라는 자긍심 넘치는 표어를 일본 취향대로 줄인 말이다.

필름 카메라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저 점점 쓰지 않게 된 이유들이 필름 카메라를 일상에서 멀어지게 하였다. 디지털카메라가 있으니까.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니까. 필름 현상에 드는 돈이 만만찮으니까. 요즘은 필름 카메라 뺨치는 '아날로그' 보정도 가능하니까.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다시 LP를 모으고 카세트테이프가 믹스테이프와 힙합을 등에 업고 다시 환영받는 모습을 본다. 기술의 발전 방향과 관련이 없는 것들 안에 어쩐지 있을 것만 같은 향수. 획일적인 기록 또한 아닐 것. 필름 카메라 가격이 다시 오르고, 필름 사진들이 해시태그로 모여 다시금 소셜 미디어에 오르내리는 이유도 비슷해 보인다. 

작고 불편하며 밤에 찍은 사진들의 품질을 보장하기 어려운 이 작은 티타늄 외관 카메라를 며칠 전 다시 꺼내 사용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빛을 본 카메라는 마지막으로 썼을 때 문제였던 뷰파인더 옆 시도 조절 다이얼이 떨어져 나간 채로 있다(분명히 어딘가 두었는데 찾지 못했다). 필름 종류가 보이는 뒷면 길쭉한 플라스틱 창 안쪽 스펀지는 부식되어 빛 샘 현상이 발생했다(여전히 검정 절연 테이프로 가려둔 그대로다). TC-1 로고를 음각한 앞면 오른쪽에도 검정 종이 테이프를 붙여두었다. 커스텀멜로우 Customellow 룩북 촬영을 준비하며 홍익대학교 안 커다란 문구점에 들렀다가, 지하 사진관에서 필름을 판다는 표지판을 보았다. 코닥 포트라 Kodak Portra 160. 예나 지금이나 프로와 아마추어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필름이다. 이 필름으로 꽤 많은 사진을 찍었더랬다. 

친구가 가게를 새로 연 지난 주말은 다시금 필름 카메라를 손에 쥐기 적당한 이유였다. 그나마 열심히 찍을 때 숙지했던 작동법을 감으로 복기한다. 조그만 뷰파인더 속 몇 개의 불빛이 들고, 철컹, 위잉, 하는 소리에 맞춰 작은 렌즈 구동부가 앞뒤로 왔다 갔다. 때로는 뷰파인더를 보지 않고 툭 찍었다. 꽤 예쁜 노을도, 우연히 발견한 조용한 매미의 생명도, 작당 모의하듯 만난 친구들의 모습도 과연, 어찌 나올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필름 한 장씩을 차지하였다. 

택시를 타고 촬영 스튜디오로 가던 비 내리던 늦은 오후, 며칠 일을 도와준 친구가 '시청 앞에 가끔 현상을 맡기러 오는 사진관이 있다'고 하였다. 네 롤에 만 원이에요, 싸죠. 대신 사나흘 걸려요, 하면서. 현상하지 않고 반투명 비닐봉지에 모아둔 수년 전을 담은 열 롤 남짓한 필름에 새로 찍은 몇 롤을 채우면, 그 친구에게 사진관을 물어 가볼 생각이다. 편리하고 성능 좋은 디지털카메라 두 대와 가끔 찍는 '폰카' 대신, 불편하지만 아무도 모를 시간을 아무렇지 않게 담아낸 작은 기계를 가을에는 써보려고 한다. 조금만 더 능동적으로.



Seoul, S.Korea
Thu, August 17, 2017

Minolta TC-1


photographs by Hong Suk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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