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럴드의 게임 Gerald's Game


한 줄 평: 동어 반복의 한계가 느껴지는 최근 스릴러·서스펜스물 중 순위권에 든다.
총점 ★★★☆
여운 ★☆ / 킬링 타임 ★★★★

넷플릭스 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제럴드의 게임 Gerald's Game>. 설명이 필요 없는 미국 소설가 스티븐 킹 Stephen King 원작으로 한 시간 43분 분량의 장편 영화다. 몇 달 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첫 시즌을 선보인 <미스트 The Mist>는 다소 실망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지 않은 정도로 쓰겠지만, 혹시라도 볼 생각 있는 분들은 뒤로 넘겨주시길.

시작은 흔한 중년 남녀 주인공의 은밀한 드라마로 보인다. 이쪽(?)에 관심이 없다면, 예고 페이지만으로는 전혀 흥미롭지 않다(수갑, 휴가, 파국의 중년 부부!). 하지만 초반부터 보는 이의 기대를 자연스럽게 비튼다. 제삼자가 찾아오는 미스테리물인가 싶다가 심리물 요소를 듬뿍 넣은 1인극 monologue에 가까운 작품이 된다(물론 한 명만 나오진 않는다).

극을 이끄는 부인 역할의 칼라 구지노 Carla Gugino는 절박한 상황의 인물 외면과 내면을 한껏 몰입한다. 서스펜스 장르의 첫 번째 미덕, 즉 인물의 '심리'를 따라가며 침을 꼴깍 삼키게 하는 호소력이 있다. 극장에서 봐도 두 시간 넘게 앉아 있어야 하니 짧은 영화는 결코 아닌데, 제한된 공간 속 사건과 회상이 교차 편집으로 매끄럽게 이어진다. 트레일러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개기일식 eclipse'은 중요한 단서로 등장한다. 더 얘기하면 반드시 스포일러가 되므로 여기까지.

그럼 정리. 넷플릭스에 시간과 돈을 쓴 사용자들이 '두 시간'을 온전히 집중할 값어치가 있는 영화인가? 대답은 '그렇다.' 

일정 수준 이상의 대중소설로 알려진 스티븐 킹 원작답게, 영화 역시 전형적인 소재를 비틀어 비일상적 판을 깐다. 보는 내내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주인공의 심연에 다다른다. '서스펜스'가 한순간 '고어' 물이 되는 지점도 있다. 직접 설명한 부분보다 관객이 상상해서 맞춰야 하는 나머지 퍼즐이 존재하지만, 설명이 추상적인 작품은 아니며 교훈적인 부분도 있다(참, 미국적이랄까). 

최근 본 서스펜스물 중 모난 부분 없이 매끄러웠지만 위기를 극복한 후 서술은 다소 억지스럽다. 두 시간 가까이 영화에 빠졌다면, 호불호는 (아마도) 마무리에서 갈릴 것이다. 스티븐 킹 원작 소설을 어설픈 플롯과 연출로 엉망으로 만든 영화들에 실망했다면, 이 영화는 그 정도 기대는 사뿐하게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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