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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마지막 금요일 _ Fri, December 29, 2017


오늘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일은 마쳤다. 사실 원고 하나 쓸 게 있지만 주말 안에 보내려고 한다(가능하면 내일).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일, 전투적인 2주간의 작업은 드디어 막바지에 도달했다(고 믿고 싶다). 새해가 시작하면, 아마 다시 치열한 일상에 기꺼이 발을 들일 것이다.

나이키에서 진행한다는 행사는 가지 못하였다(그들의 내년 커다란 캠페인 중 하나는 '저스트 두 잇 JUST DO IT'을 다시 활용하는 것인데, 그냥 하라는 이 말이 주는 한없는 전진과 긍정이 지금 시대 스포츠 브랜드 특유의 감각으로 젊은 소비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가, 생각한다). 더 네이비 매거진 The NAVY Magazine은 여전히 느린 호흡으로 정성껏 다듬은 - 주로 글 위주의 - 기사들을 올리고 있지만, 내년에는 시리즈로 선보이는 르포 기사와 짧은 호흡의 화보를 함께 진행하려고 한다. 주변에 웬만큼 잔뼈가 굵고, 또 좋은 작업에 목이 마른 이들이 고맙게도 있다. 이 (스스로 잡지로 우기는) 모바일 매거진을 연 것은 올 하반기 잘한 일이었다.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란 이럴 때 적확한 표현이다. 긴장을 조금 놓고 나니 루틴처럼 선물 받았던 위스키에 얼음을 넣고, 커피와 티스푼 1/2 정도 꿀을 탔다. 녹이지 않고 차가운 얼음에 그대로 젓지 않은 스푼을 넣어 자연스럽게 녹은 만큼 홀짝인다. 뜨끈한 알코올 기운이 목에서 위로 직하하며, 조용한 방에서 노란 LED 책상 조명만이 책장 위 카메라 가방 근처를 은은하게 비춘다.

2017년은 무척 힘이 든 해였다. 일은, 사실 어떤 일들이 잘 되었거나 혹은 아니거나, 성취감을 주었거나 생각보다 더 벌었거나 벌지 못하였거나, 아직 미혼인 내게 엄청난 의미를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삼십 대 중반에 꼭 해야 하는 작업으로 생각한 - 물론 작지만 - 모바일 매거진을 기어코 열었다(여전히 부족한 게 많으나 천천히 걷자). 마지막 인연으로 생각한 연애는 끝이 났다. 한 살 더 먹기 직전임에도 마치 프랑스 소설에 심취한 80년대 중학생처럼 지금은 이성에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다. 친구는 몇 번인가 술자리에서 그럴 때 가장 위험하다고 하였다(영영 못 만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감정을 일부러 돌릴 수도 없었다. 일이 많아 다행이었다는 감상은 슬프지만 '다행'이 맞았다. 그 쓰리고 아픈 감정들은 아무 생각하지 않는 것, 파묻힌 글, 일로 조금씩이나마 서서히 희석하였다. 가끔 샤워하다가, 어딘가 지나다가, 오늘처럼 위스키를 따르고 스푼을 젓다가도 문득 튀어나오는 괴로움과 후회로 불쑥 번졌다. '마치기로' 한 인연은 고이 접어두기로 오래전부터 마음먹었다. 치열하게 글을 썼고, 새로운 시도를 몇 가지 하였고, 뜻밖에 세 권의 출판물 작업을 했으며 한 권은 정식으로 서점에서 판매하지 않았으나 2017년의 절반과 공을 들인 집약체라 어느 작업보다 애정이 컸다. 여러모로 수고하였다. 단 한 명뿐이었던 이에게는 앞으로 더 좋은 일만 일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금요일 밤 그리고 다시 주말, 지금 하는 일의 '진행'이 결정될 다음 주 초순까지는 근래 못하던 것을 조금 해보고 싶다. 지난 작업을 정리하고, 책과 잡지를 조금 더 보고, 넷플릭스 Netflix를 비롯한 영상도 틈틈이 챙겨보고, 운동도 다시 규칙적으로 하고 싶다. 술은 뭐, 한 번 정도 마시면 좋겠다(내년은 뻔한 구성원들 대신 새로운 이들과도 잔을 부딪치고 싶다).

삶이 흐르고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바뀐다. 어느 때는 스스로 놀랄 정도로 급진적이었으나, 어느 때는 시간이 '더' 지난 후에 돌아보면 그렇게 흐를 수밖에 '없었다'는 감상이 남았다. 2017년 마지막을 앞두고 쓰는 이러한 이야기를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어떻게 돌아볼까. 아니 돌아는 볼까. 그런 생각을 하는 밤 아홉 시, 12월 마지막 금요일 저녁이 간다.


Seoul, S.Korea
Sat, December 29, 2017

Evening


photograph by Hong Suk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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