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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 — 동주야


동주야
너는 스물아홉에 영원이 되고 
나는 어느새 일흔 고개에 올라섰구나 
너는 분명 나보다 여섯달 먼저 났지만 
나한텐 아직도 새파란 젊은이다 
너의 영원한 젊음 앞에서 
이렇게 구질구질 늙어 가는 게 억울하지 않느냐고 
그냥 오기로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할 수야 있다만 
네가 나와 같이 늙어가지 않는다는 게 
여간만 다행이 아니구나 
너마저 늙어간다면 이 땅의 꽃잎들 
누굴 쳐다보며 젊음을 불사르겠니 
김상진 박래전만이 아니다 
너의 '서시'를 뇌까리며 
민족의 제단에 몸을 바치는 젊은이들은 
후꾸오까 형무소 
너를 통째로 집어삼킨 어둠 
네 살 속에서 흐느끼며 빠져나간 꿈들 
온몸 짓뭉개지던 노래들 
화장터의 연기로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너의 피묻은 가락들 
이제 하나 둘 젊은 시인들의 안테나에 잡히고 있다
그 앞에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습작기 작품이 된단들
그게 어떻단 말이냐
넌 영원한 젊음으로 우리의 핏줄속에 살아 있으면 되는 거니까
예수보다 더 젊은 영원으로

동주야 
난 결코 널 형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니


'동주야' — 창비 시선 75
1987년, 70세가 된 고 故 문익환 목사가 지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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