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ew by a fashion student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학생 이가영 님이 인터뷰를 요청했다.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깜짝. 패션 저널리즘 수업 과제로 스트리트 패션을 주제로 한 잡지를 만든단다. 학생 인터뷰 요청은 언젠가부터 종종 받는데, 뭐랄까 내가 20대 초반이던 때와 비교하자면 그 정도의 소통이 가능한 시대란 게 바뀐 점이고 앞으로는 기존 세대보다 더 학생과 실무자들 간의 소통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나도 성의껏 대답했고 혹시 당신의 소년기, yourboyhood.com에 오는 사람들이 궁금할지도 몰라서 원문을 올려본다.

Part 1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홍석우입니다. 패션 저널리스트 겸 ‘당신의 소년기, yourboyhood.com’의 사진가입니다. 패션 바이어를 거쳐 현재는 잡지 등 매체에 칼럼을 쓰고, 패션 강의를 하고, 당신의 소년기 사진을 찍고, 그 외 몇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 준비하고 있습니다.

2. 얼마 전 하시던 강의가 종료된 것으로 아는데, 요즘 근황에 대해 알려주세요.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진행한 <편집매장 연구> 강의를 마치면서 동시에 새로운 강의를 진행 중입니다. 이번 주제는 <스트리트 패션 탐구>입니다. 또한 1월 초순 새로운 강의를 준비 중입니다. 12월 초에는 <언리미티드 에디션: 인디 북 & 매거진 마켓>이라는 독립 출판물 마켓을 온라인 서점 YOUR-MIND.COM, 계간지 GRAPHIC 매거진과 함께 홍대 인더페이퍼 갤러리에서 엽니다. 그와 더불어 개인 작업을 모은 ‘진(zine)’을 준비 중이라 이런저런 것 함께 하느라 조금 정신이 없네요.

3. 문지문화원과 플레이라운지에서 수업을 진행하셨는데, '타인을 가르치는 경험'을 통해 배우거나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강의를 통한 쌍방향 소통은 온라인에서 경험하거나, 편집매장 바이어로 경험한 것과는 또 다른 재미와 장점이 있습니다. ‘가르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수강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내용을 전달하면서 오히려 제가 배운 것이 많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제 강의 시리즈는 학교에서 알려주는 학술/학문적 지식이 아닌 경험과 실전, 그리고 개인의 생각이 합쳐진 것입니다. 그래서 실무에 계신 분들을 만나 얘기를 듣고 저도 몰랐던 것을 많이 배웠습니다. 이런 작업은 실제 패션계에서 일하는 분들과 학교 테두리에 갇힌 학생들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느낍니다. 저 같은 커리큘럼이나 방식으로 저널을 풀어가는 사람이 없다는 데에서도 약간은 자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강의를 진행할수록 부족한 점을 느끼기 때문에, 여전히 배울 것이 많습니다.

4. 데일리프로젝트에서 바이어로 일하던 시절,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글쎄요. 아무래도 초창기가 어려웠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매장을 준비할 때, 그 준비와 함께 다른 작업들을 동시에 진행해야 할 때... 그때는 몸도 마음도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모두 소중한 경험입니다.

5. 본인이 하는 작업들의 소스는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하나는 독서. 소설, 비소설, 만화, 잡지, 예술 서적, 사진집 등 가리지 않습니다. 둘째는 인터넷. 웹서핑으로 만난 것들은 일부 조바심이 들게 하지만, 훌륭한 자극이 될 때도 많습니다. 너무 많이 보이는 건 정신건강에 해롭지만요. 그리고 직접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

6. 자신이 하는 일 중 어느 것을 가장 사랑하십니까? 그 이유는?

이 질문의 전제는 제가 다양한 일을 한다, 는 것 같은데요. 저는 기본적으로 저널리스트의 작업, 공적인 매체를 통해 글을 쓰는 것에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그게 있으므로 제가 하는 다른 작업들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Part 2

1. 당신의 좌우명이 궁금합니다.

Enjoy life.

2.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 3명은 누구인가요?

어려운 질문이네요.먼저 부모님. 부모님 없이 지금 제 성격, 성향, 취향... 어느 것도 나올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디자이너 서상영. 20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그에게 받은 영향은 막대합니다. 그리고 MVIO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상혁. 서상영과는 다른 역할 모델로, 저와 나이 차이는 있지만 때로는 조언자(멘토), 때로는 친구 같고 형 같은 존재입니다.

3. 당신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 1개 (어느 나라 언어든 무방), 그 이유는?

다양성과 지역성 diversity and locality. 이유는 저 단어에 대해 제 생각을 쓴 블로그 글을 첨부합니다.
http://blog.naver.com/niji1002/110070918363

4. 당신이 생각하는 패션이란 무엇인가요?

패션은 패션, 옷은 옷입니다. 사람들의 생각보다 더 많은 우리 생활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고, 또 그래서 우리 생각보다 더 즐거운 작업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저에겐 즐거움이자 생활이자 어려움이자 아쉬움이며, 또한 잠재력입니다.

5.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특별한 사람 또는 물건 또는 장소가 있나요?

길거리에서 사진 찍고 싶은 피사체를 발견하는 것. 접하지 못했던 좋은 책. 헌책방. 좋아하는 디자이너나 사진가. 친구들. 의욕이 샘솟게 하는 심야의 대화... 뭐 너무 많습니다.

6.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 중 죽을 때까지 소장하고픈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실 그 정도의 소유욕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직 없는데요. 아버지 예물 시계인 빈티지 시계를 제가 찹니다. 그건 오래도록 갖고 있어야죠.

Part 3

1.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1 인 저널을 만드는 것. 블로그를 더 흥미롭게(남들이 예상치 못한 방법, 방향으로)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 아직 도전하지 않은 분야에의 도전. 더 큰 대중을 상대로 일하는 것. 스스로 브랜딩하는 방법 탐구 정도. 책과 사진집을 내는 것. 많군요!

2. 어떤 이들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많은 것을 해낸 당신을 두고 '성공했다.'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음... 누가 그렇게 얘기하시죠? 궁금하네요. 저는 성공이란 말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동의하진 않습니다. 제 또래, 저보다 어린 분들, 저보다 윗세대인 분들이 여전히, 지금 노력하고 열심히 사는 것처럼 저 또한 그 과정에 있습니다. 성공이란 말을 듣기엔 어리고, 또 그렇게 이뤄놓은 것도 없다고 느낍니다. 저는 현재진행형입니다.

3. 당신 같은 사람이 되고픈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

솔직히 저 같은 사람이 어떤 뉘앙스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몇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먼저 좋아하는 분야에 미친 듯이 파고들라는 겁니다. 누구보다도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생각하세요. 그러다 보면 자기 생각, 자기 주관이 생깁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과 대화하고, 패션 안에서 트렌드에 연연하기보단 패션 바깥에서 패션과 현대 문화 전반,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한 것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기르라는 것. 세 번째, 무엇보다 그것들을 즐기세요. 싫은 공부 하듯이 배우는 것처럼 비효율적인 일은 없습니다. 좋아하고 즐기는 마음으로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걸 빠뜨릴 뻔했네요. 위의 내용을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꾸준히 오래도록 하는 것을 이기는 것, 별로 없습니다.


answers by Hong Sukwoo 홍석우 (yourboyhood@gmail.com)
fashion journalist / photographer of yourboyhood.com

Comments

Post a Comment

Popula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