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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 May 21, 2014

꾹꾹 들어찬 일정 사이에 아주 조금씩 휴식들을 취하고서, 아픈 너를 바래다주고 견과류와 마카롱과 두유와 토마토 주스를 먹고, 복사열 가득한 콘크리트가 조금 식었나 싶은 저녁에 집의 반 정도만 딱, 가는 버스를 탔다. 아침 이후 처음으로 이어폰을 귀에 걸었다.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붕 뜬 것 같은 하얗고 커다란 십자가를 내 생일과 같은 번호의 버스가, 내가 탄 버스가 막 그 앞을 지났다. 습관처럼 혹은 짜내듯이 별로 그러지 않아도 되는 사진을 올려보고, 그와는 다르게 별거 아닌 나열이어도 무언가 꼭 쓰고 싶었다. 

낮에 있던 어느 일정에서 오랜만에 만난 어느 분과 몇 시간인가 같이 일(?)하다가 마치고 나오는 길에서야 조금 걸으며 대화했다. 을지로 언저리에서 우리는 헤어졌다. 헤어지기 십 분쯤 전, 밀리오레 앞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한 대 태우다가 나이 든 아저씨가 딱 봐도 오래된 자전거 뒤에 커다란 도자기 화분을 검은 고무줄로 고정하고 유유히 도로를 가로질러 건넜다. 그는 오늘 본 최고의 피사체 중 하나였다. 그러나 카메라는 가방 안에 있었고 나는 얘기 중이었다. 


새로운 것들과 변하는 것들이 신선함이나 대안과 동의어였던 시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나 바로 그 시절이 조금 그리워졌다. 한강 다리들을 유심히 본다. 사람 없는 버스는 쿵쾅쿵쾅 잘만 건넌다. 버스에 탄 사람들처럼 어딘가 가는 자동차들과 켜진 불빛과 바깥의 사람들과 도시의 하루가 또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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