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y 22, 2014

wed, May 21, 2014

꾹꾹 들어찬 일정 사이에 아주 조금씩 휴식들을 취하고서, 아픈 너를 바래다주고 견과류와 마카롱과 두유와 토마토 주스를 먹고, 복사열 가득한 콘크리트가 조금 식었나 싶은 저녁에 집의 반 정도만 딱, 가는 버스를 탔다. 아침 이후 처음으로 이어폰을 귀에 걸었다.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붕 뜬 것 같은 하얗고 커다란 십자가를 내 생일과 같은 번호의 버스가, 내가 탄 버스가 막 그 앞을 지났다. 습관처럼 혹은 짜내듯이 별로 그러지 않아도 되는 사진을 올려보고, 그와는 다르게 별거 아닌 나열이어도 무언가 꼭 쓰고 싶었다. 

낮에 있던 어느 일정에서 오랜만에 만난 어느 분과 몇 시간인가 같이 일(?)하다가 마치고 나오는 길에서야 조금 걸으며 대화했다. 을지로 언저리에서 우리는 헤어졌다. 헤어지기 십 분쯤 전, 밀리오레 앞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한 대 태우다가 나이 든 아저씨가 딱 봐도 오래된 자전거 뒤에 커다란 도자기 화분을 검은 고무줄로 고정하고 유유히 도로를 가로질러 건넜다. 그는 오늘 본 최고의 피사체 중 하나였다. 그러나 카메라는 가방 안에 있었고 나는 얘기 중이었다. 


새로운 것들과 변하는 것들이 신선함이나 대안과 동의어였던 시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나 바로 그 시절이 조금 그리워졌다. 한강 다리들을 유심히 본다. 사람 없는 버스는 쿵쾅쿵쾅 잘만 건넌다. 버스에 탄 사람들처럼 어딘가 가는 자동차들과 켜진 불빛과 바깥의 사람들과 도시의 하루가 또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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