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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sky (with Coffee) in late night


지난 3월 방콕 여행에서 한인 식당에 가지 않는 한 주종 主宗이자 주종 酒種인 소주가 없었다. 당연히 술집이나 바 bar에 갔을 때도 선택지가 적었다. 맥주는 원래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라 자연스럽게 위스키를 주문했다. 낮 기온이 35도에 육박하고 반소매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밤도 '선선'하다면 괜찮은 수준이라 온더록스 on the rocks 위스키는 일종의 축복이었다. 향을 음미하며, 조금씩 들이켜는 술을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서울에 오니 마침 시의적절하게도 그 좋은 기억이 남아, 외국서 지낸 친구들을 만났을 때 문득 위스키 바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시기에 우연히도 혼합(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blended scotch whisky를 만드는 발렌타인 Ballantine's 사가 연 행사에 초대받았다(이 얘기는 다시 할 예정이다). 행사는 더 젊은 사람들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접근하고자 하는 목적을 띄고 있었지만, 그때 처음 들은 얘기로 깨진 편견이나 새로 생긴 탐구심도 있었다.

가령 위스키 문외한이 봐도 한 곳의 증류소에서 주조한 '싱글 몰트 single malt 위스키'를 둘러싼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흐름은 마치 수제 맥주 craft beer처럼 위스키의 젊고 새로운 문화로 보이는데, 그 '싱글 몰트'라는 것, 즉 무언가를 섞지 않은 단일 증류소에서 주조했다는 점이 복수의 증류소에서 나온 원액을 섞은 (블렌디드) 위스키와 비교하여 좋은 걸까 하는, 의문 같은 것 말이다(엄연히 존재하는 취향 존중 차원에서 좋다 나쁘다 할 일은 아닐 수 있겠다).

발렌타인 위스키가 초대한 자리에는 각자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몇 분이 더 계셨다. 일종의 설명 자리를 파한 후 좀 더 편안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가 어쩐지 마음에 남았다. 혼자 있는 저녁 시간, 위스키에 코코아 같은 걸 타서 드신다고 했던가. 원숙한 어른들의 술처럼 멀리 느껴졌던 위스키를 만드는 이들도 생각보다 고민이 많아 보였고 말이지.

요즘 함께 작업하는 그라더스 grds의 박유진 대표 사무실에 (오랜만에) 방문했던 몇 주일 전 눈에 띈 것도 여러 위스키 병이었다.  둘 다 술을 그리 잘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소주를 좋아한다. 유진 대표보다는 위스키에 관심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직 평일이라 그리 시끄럽지 않은 연남동 스튜디오의 어수룩한 밤에 몇 번인가 노곤한 몸과 정신을 위로하러 위스키를 마셨다. 얼음을 타지 않아 온전한 향과 목을 넘어가는 느낌과 식도를 통과하는 과정, 그리고 낮에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어쩐지 쓰고 달콤한 술잔 사이에 있었다.

초대로부터 몇 주 시간이 지난 후, 일에 치여 집에 오면 쓰러지기 바쁜 나날을 보내다가 문득 집에 온 파이니스트 위스키를 마셔야겠다고 마음먹었다(원래 집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 좀 예쁘다고 생각한 작은 유리잔을 꺼낸 다음, 좋아하는 커피 가루를 얼음과 위스키 안에 뿌려 보았다. 젓지 않고, 커피가 조금 녹을 때까지 기다리고는 감기 기운으로 타들어 가는 목을 살짝 축였다. 얼음이 너무 녹으면 물이 생겨 특유의 향이 사라지니까 되도록 술의 맛이 남아 있을 때 마셨다. 파이니스트에 사용한 원액들은 최소 3년 이상 숙성한다. 마셔본 바로는, 숙성 연도가 마시는 기쁨과 비례하는 건 아니다. 커피 가루를 넣은 위스키는 나쁘지 않았다기보다,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지난 초대 식사 자리에서 발렌타인 위스키의 대사 ambassador 분이 얘기하시길, 숙성한 지 10년이 지나면 대체로 좋은 위스키가 된다고 했다. 17년산 위스키로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는 건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라고도 하셨다(하긴, 비싼 술로 왜 그러나 싶긴 하다). 진지하게 집중하여, 따른 후의 잔향과 잔에 생기는 식물성 기름과 색 등으로 다년산 위스키 종류를 구별하는 법도 알려주셨다(신기한 경험이었다). 그 나름대로 흥미로웠지만, 집에서 혼자 타서 먹은 커피 위스키가 마음에 들었다. 찾아보니 '아이리시 커피 Irish coffee'라는 이름으로 이미 존재하는 듯 하지만(내가 처음 생각했을 리 만무하니), 혼자 시간 보낼 때 커피를 탄 위스키나 미량의 한잔은 제법 힘이 될 듯하다. 방콕에서 느낀 것처럼, 수제 맥주 마시는 친구 옆의 위스키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이렇게 길게 쓰려던 글은 아니었다. 새로 생긴 친구에 관한 헌사처럼 되었다.



Seoul, S.Korea
Sun, April 30, 2017

Blended whisky (with coffee) on my desk.

photograph by Hong Suk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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