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의 동물원


애플뮤직 Apple Music은 한국 노래가 부실하기 때문에 굳이 찾아서 듣지 않는다. 오랜만에 동물원의 초기 음반들을 듣고 싶어서 찾아보니, 처음 듣는 콘서트 라이브 앨범 <인 콘서트 In Concert>가 있다. 1993년 공연 실황을 편집하여 1994년에 발매하였고, 아마도 작은 소극장이었을 것이다.

동물원 1집은 1988년에 나왔다. 산울림으로 유명한 살아 있는 전설 김창완이 이 밴드 탄생에 지대한 조력자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결국 사용하지 않은 '이대생을 위한 발라드'라는 밴드 이름을 지은 것도 그였다. 김창기가 작곡한 4집 이후의 달곰한 사랑 노래들로 대중에게 유명하지만, 밴드 구성원들이 전업 음악가를 지향하지 않았던 80년대 대학생 시절, 유준열이 작곡하고 노랫말을 지은 1집과 2집 곡들을 특별히 좋아한다. '새장 속의 친구', '유리로 만든 배', '말하지 못한 내 사랑, '지붕 위의 별', '귀 기울여요' 같은 곡들. 전업 음악가를 지향하여 밴드를 나간 김광석이 당시 동물원의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처음 동물원의 오래된 청춘 노래들을 들었을 때, 80년대와 2000년대라는 수십 년의 틈이 있었지만 '젊은' 사람들이 하는 고민이란 그렇게 변하지 않았구나 싶었다. 오늘 그 음악을 들으니 뭔가 조금 벅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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