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EL, Coco Cocoon, 'Mademoiselle' Coco Chanel/Summer 62



Chanel boutique display at Shinsegae Department Store (Main Branch)

Seoul, S.Korea
fri, May 28, 2010


많은 여성의 로망, 샤넬 Chanel에도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가 있다. 웬만한 남자들도 이름을 아는 '2.55'라든지 '클래식 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스테디셀러에 안주하는 브랜드가 어디 있겠나. 그런 샤넬이 몇 년 전부터 한 시즌을 위한 스폐셜 백과 캠페인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모든 럭셔리 브랜드에겐 기성복만큼, 아니 기성복으로 보여주는 이미지만큼 중요한 것이 가방을 비롯한 액세서리이고, 실제 '잇백 it bag'을 위한 브랜드 간의 경쟁 또한 몹시 치열한 게 사실. 샤넬은 클래식의 대명사로 인식되면서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캠페인 광고 사진까지 죄다 찍는 정열적인 칼 라거펠드 Karl Lagerfeld 때문인지, 브랜드의 현대적인 이미지 또한 단연 압권인데 - 한 마디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대단히 멋진 브랜드라는 인식이랄까, 내게는 - 영국의 음악가 릴리 알렌 Lily Rose Beatrice Allen과 나의 소중한 친구였던 모델 다울이가 캠페인과 웹을 위한 모델을 한 코코 코쿤 Coco Cocoon 백이, 이번 봄 시즌을 위해 새로 선보였다. 이런 정보를 알게 된 것은 샤넬의 초대가 있었기 때문이고, 그 초대는 '도도한 장일씨'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현재 스타일닷컴코리아에서 일하는 장일 씨의 주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코코 코쿤과 당시의 초대에 대한 리뷰는 참석한 며칠 후 바로 작성했는데, 아이폰용 네이버 블로그 애플리케이션의 오류로, 꽤 길게 쓴 글이 날아가는 바람에 의욕 상실로 다시 쓰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초대해주신 샤넬 관계자분들, 그리고 장일 씨에게 이 자리를 빌려살짝 미안함을).

코코 코쿤은, 샤넬 백의 대표적인 특징인 '퀼팅'을 좀 더 캐주얼하게 변형하고, 보통 가방에 잘 쓰이지 않는 합성수지의 나일론과 빵빵한 솜을 넣은 패딩으로 만든, 기존의 잘 나가던 가방들 입장에선 좀 별난 가방이다. 기존의 가죽과 동물 털을 사용한 가방도 있지만 코코 코쿤의 첫 인상은 '패딩'이었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옷인 '랍 시몬 Raf Simons'의 패딩을 떠올린 것은 무리가 아닌데, 비행기 기내에서 코코 코쿤의 주인들이 베고 잘 때도 있다, 는 설명을 들었을 때 '음, 나와 같군!' 하고 생각했다. 나는 주로 버스에서, 패딩 랍 시몬 점퍼를 입고 졸았다.

블로거 이벤트가 열린 2010년 5월 28일은 아일랜드의 화산재 분출로 유럽발 항공기 운항이 지연되던 때로, 아직 모든 가방이 들어오기 전이었다. 그래서 풀 컬렉션을 볼 수는 없었지만 신세계 백화점 본점 본관의 샤넬 매장에 패딩 시리즈는 꽤 많이 있었다. 코코 코쿤을 위한 디스플레이 또한 '이불'을 연상시키는 합성소재의 퀼팅 담요(?)를 든 마네킹들이, 작은 사이즈부터 큰 사이즈까지 다양한 가방을 든 것이었다. 대체로 심플하면서도 소재 덕분에 귀여웠고, 실용적으로 보였다. 그 말인즉슨 이거저거 많이 갖고 다니는 현대 여성들에게 알맞겠다는 뜻이며, 가죽이나 금속이 없으니 무게도 가벼웠다. 아직 들어오지 않은 가방 중에는 - 이미 한 달의 시간이 흘렀으니 들어왔을 것 같은데 - 메신저백이나 귀여운 백팩도 있기 때문에, 조금 다른 샤넬을 원하는 이들에겐 매력이 있을 것이다. 다만 봄 시즌을 위한 가방이 패딩 소재라는 것은, 가방의 디자인보다 계절감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겐 선택을 주저하게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이벤트가 열릴 당시는, 사실 내게는 폭풍이 휘몰아치는 수준으로 바빴던 때라서, 겨우(?) 짬을 내서 참석했다. 참석한 중요한 이유이자, 궁금증, 개인적으로 관계자분들에게 꼭 질문하고 싶었던 것은 '왜 샤넬은 블로거를 초대하는가?'였다. 내가 갖고 있던 샤넬의 이미지는 조금 도도하고, 왠지 남들이 패션 블로거를 외칠 때에도 별로 신경 안 쓸 것 같았다. 그래서 물어보니, 뜻밖에 시원시원하고 소통에도 적극적이라는 느낌이었다. 지난 3월 파리 본사에서 블로거들을 위한 초대가 있었고, 웹을 통한 소통에도 관심이 많다는 대답을 복수의 관계자에게 들었다. 잠시 대화 나눈 샤넬 코리아의 사장님 또한 블로그의 방문자 숫자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를 물어보셨다. 하긴, 생각해보니 샤넬은 패션 브랜드 중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도 가장 빨리 만든 축에 든다. 게다가 잘 만들었지. 그러고보면 새로운 소통에도 오히려 적극적인 샤넬인 것이다. 나의 고정관념이 있었을 뿐.



Mademoiselle - Coco Chanel / Summer 62 by Douglas Kirkland, text Karl Lagerfeld (Steidl)

2010년도 봄/여름 시즌 가방인 '코코 코쿤'을 위한 블로거 미팅 자리였지만, 인상적이었던 건 코코 코쿤 가방과 샤넬 코리아의 태도만큼, 다른 곳에도 있었다. 참석한 블로거들에게 선물로 준 사진집 한 권은 올해 내가 본 사진집 중 가장 훌륭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드모아젤 Mademoiselle>. 'Coco Chanel / Summer 62'라는 부제를 달고 독일의 저명한 출판사 슈테이들 Steidl에서 나온 이 사진집은 말 그대로 물건이다. 1962년 여름 컬렉션이 열린 샤넬 스튜디오에서의 코코 샤넬의 하루이며, 그녀가 스튜디오로 걸어오는 대로변부터 컬렉션을 마친 후 사진가와 장난스레 기념사진을 찍을 때까지의 기록이다. 지금은 대가의 반열에 든 사진가 더글라스 커클랜드 Douglas Kirkland은 때론 '마드모아젤'의 친구처럼, 때론 애정 어린 관찰자로 주름살이 고운 카리스마 마담, 코코 샤넬을 담았다. 사진에 대한 짧은 주석은 전부 칼 라거펠드 Karl Lagerfeld가 적었으며, 사진 속 몇 가지 위트에 그의 주관이 더해져 재미를 준다. 잠시 나오는 젊은(!) 리차드 아베돈 Richard Avedon을 보는 재미도 있다.

이 책은 내게 기록의 중요함과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줬다. 젊은 사진가와 함께한, 지긋하게 나이를 먹었지만 그 열정만큼은 젊은이들에게 당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마담 코코의 흥미로운 하루는, 당시에는 어떻게 컬렉션이 열렸고, 마담 코코 주위의 쿠튀리에들이 입은 흰 가운으로부터 '왜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직원들이 입은 게 '의사 가운'이 아닌지'에 대한 해답을 어느 정도 준다(마담 코코는 트레이드 마크인 '트위드 수트'를 입었다). 또한 시간이 멈춘 듯한 사진 속 샤넬의 옷과 스튜디오의 인테리어, 그녀의 동작과 옷을 입은 모델의 고운 선과 담배를 지그시 문 입술, 그 모든 것이 펼쳐진 어느 여름날을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이 책 안에 있다. 어찌 보면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하는 몇 번의 컬렉션 중 하나를 사진으로 남긴 것이지만, 또 지금은 그 '남긴다'라는 의미가 희미해질 만큼 너무 많은 이미지가 범람하지만, 지나간 그리운 시대의 기록을 40여 년이 지난 지금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코코 코쿤으로 시작해 두서없이 글이 길어졌다. 샤넬을 비롯한 다양한 브랜드, 혹은 미디어들이 '블로그'를 그들의 영역에 끌어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재미있는 징조임은 틀림없다. 뉴미디어이니 뭐니 거창한 말을 하지 않더라도, 이 씬은 분명 꿈틀거리는 열기가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아직 재미있는 일도 많을 것이다, 분명히.

www.chanel.com

'Mademoiselle - Coco Chanel / Summer 62' image courtesy of Chanel & Steidl


written and photograph by Hong Sukwoo 홍석우 (yourboyhood@gmail.com)
fashion journalist / photographer of yourboyhood.com

Comments

  1. Beautiful. Always classic!

    http://stylebouquet.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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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his is like the ultimate classic :) you see the flat shoes on the first picture - beautifu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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