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702 fri - 100703 sat - 100704 sun

100702 fri

금요일 저녁에는 비가 왔지만 땀을 비만큼 흘렸다. 기분은 안 좋은 편이었고, 비처럼 흘린 땀에 몸은 쳐졌고, 온더록스의 보드카 한 잔에 맥주 한 잔으로 몸은 풀어진 상태였다. 마찬가지로 피곤한 친구를 만나 감자탕집에서 소주를 마셨다. 월드컵 8강전에서 브라질은 졌고, 나도 소주에 졌다. 멍청하더라도 일부러 지고 싶은 날이 있다. 살다 보면.

100703 sat

숙취를 깨는 방법은 '물 마시기'와 '잠자기'였다. 비몽사몽의 기분일 때 머릿속에선 이상한 생각들이 자꾸만 떠오르는데, 그중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생각을 바로 메모할 수 있는 상상의 종이가 있다면, 대단한 발명 한두 개 정도 하지 않았을까. 일모 벼룩시장 가고 싶었는데 못 갔고, 아프로갓 벼룩시장 또한 못 갔다. 민재에게 빌린 옷과 램 lamb에서 빌린 옷은 갖다 줬다. 친구의 레인코트는 무척 예뻐서 사고 싶었지만 '여성 전용' 원 사이즈. 아쉬웠다, 진심으로. 오래된 맛집이지만 본성을 유지한 - 돈 벌었다고 이상하게 인테리어를 뜯어고치지 않은 - 명동의 냉면집에서 물냉면과 만두를 먹고, 어정쩡한 위치인 이대 입구 버스 정류장에 앉은, 집에 바로 가기 싫었던 나는, 생각해보니 혼자 영화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닫고는 수 주 전부터 하고 싶었던 영화관 가기를 실천했다. 정확히 밤 11시 59분부터, [나잇 엔 데이 Knight and Day]와 [슈렉 4 Shrek Forever After]를 보곤, 마지막 영화인 [포화 속으로]는 보지 않고 나왔다. 새벽 4시 조금 전. 숙취의 낮, 잠결에 했던 생각은 괜히 사람을 두근거리게 하고, 할증이 끊길 즈음 택시를 타자고 전경들과 미국 대사관을 빙 돌아 걸은 시간도 나쁘지 않았다. 오늘과 그리 다르지 않아도, 조금은 두근거릴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게 내가 놓치고 있던 작은 행복들인지도 몰랐다.

100704 sun

시간순서와 관계없이 말한다면 오늘은 만화책을 좀 샀다. [러프 ROUGH], [쇼트 프로그램 Short Program] 등 아다치 미츠루의 소장판들, 그리고 [무한의 주인] 최신판 등. [러프]는 [터치 TOUCH]와 [H2] 사이를 잇는 연결점인데, 만화가의 발전을 목격할 수 있는 명작이다. 좋아하는 순서로 치자면 [H2], [러프], [터치] 순이다. 승헌이 커플을 홍대에서 마주쳤다. [헌터x헌터] 27권과 퍼스트 건담의 소설이 그의 손에. 이런 얘기를 너무 쓰니 무슨 오타쿠들 같지만. 우린 오타쿠일까? 어쨌든, 진심으로 다음 주에는 승헌이와 친구들을 만나 얘기 나누면 좋겠다.

이틀 연속 영화를 봤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일요일 새벽부터 봤으니 하루에 세 편을 극장에서 본 셈이다. '애리조나 Arizona'라는 이름의 음료는 너무 달아서 다신 사 먹지 않을 거다. [필립 모리스 I Love You Phillip Morris]는 기대 이상이었다. 짐 캐리와 이완 맥그리거의 연기는 물론, 뿌옇고 커다란 입자에 반사된 햇빛이 좋았다. 경쾌한 리듬과 어울리는 음악 또한.

아쉬움이 드는 하루들. 내일이 내일이 아니지, 이런 새벽에는. 7월, 의외로 나쁘지 않을지도.

Comments

  1. 항상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저도 애리조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커다란 사이즈 한 캔 마시니 정신이 다 몽롱하더라구요. 달고 뭔가 입천장이 뻐드득거려서. 그나저나 슈렉 괜찮나요? 아직도 고민중이에요. 거기다가 3D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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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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