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아는 것

자신에게 물었을 때 '모르겠다'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보통은 두 가지인데.
첫째는 '사실은 아는 것'이고 둘째도 '사실은 아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하지만, 스스로 물었을 때, 요즘은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차피 머릿속 생각인 걸, 누구 눈치 볼 것도 없잖아. 라고 해도, '모르겠다'라는 결론에서 도통 안갯속이다.
왜 그럴까?

얼마 전 다녀온 여행 후, 혼자 하는 서울 외곽 여행의 재미를 알게 됐다.
친구와의 대화에선 '직업이 여행가입니다'라고 말하는 우리 또래도 있다는 걸 알게 됐지.
어떻게 돈을 벌어? 라는 물음에 친구는 거기까지는 물어보지 못했다고 했지만.
여행기를 쓰고 먹고 살 수 있다면, 그런 직업도 괜찮을 거야.

패션 잡지와 신문과 디자인 관련한 매체 등에 글을 쓰지만, 언젠가 '음식 잡지'에 글 쓰고 싶다.
치킨에 대해서.
오래된 음식점에 대해서.
술집에 대해서.
그 술집에서 나눈 대화에 대해서.

언젠가 술자리에선, 아직 피터 팬 컴플렉스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 어른에 대한 얘기가 잠시 나왔지.
거기에서 피터 팬은 사회적으로는 어른이지만 생각은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에 대한 얘기였다.
속으로 생각했다.
그게 어때서?
부정하지 않았고 나쁘게 듣지도 않았지.
그게 그 사람다웠고 그대로라도 좋다고 생각했다.
때 묻은 게 자랑인 어른보다는 하기 싫은 것에 눈 감는 어른아이가, 언젠가 되고 싶은 어른이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놀랍고 행복하다고(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정확할 것이다), 친구는 말했다.
사람들이 가끔 내게 물을 때, 이거저거 하는 것 중에 가장 좋아하는 일이 뭐냐고 물을 때, 별로 머뭇거리지 않고 '글 쓰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글 쓰는 일은, 진중하게 파고들지 않은 대가일까, 아직 나를 온전히 먹여 살릴 수준은 아니다.
그래도 아마도 죽을 때까지, 글을 쓰고 싶다.

Comments

  1.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해 항상 안갯속입니다. 비슷한 고민에 반가워서요. 저는 이렇게 정리하고있는데요,

    전제> 나는 이미 다 알고있다.
    1> 내가 안다고 말 하는 것=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
    2> 아직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내가 모른다고 말 하는 것,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그래서 저는 어떤 관념에 대한 적합한 언어를 찾기 전까지가 참 고통스럽습니다. 아는데 모르기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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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Kar/ 음... 말 되는군요. 저도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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