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 October 11, 2010 _ 연락이 끊긴 관계들
얼마 전 친구와 '연락이 끊긴 관계들'에 대해 얘기했다. 모두가 이십 대 초반이던 시절의 사심 없는 만남이었다. 몇 명은 군대에 갔고, 몇 명은 일을 했다. 바쁘다는 핑계, 새로운 연애, 새로운 직업으로 파생된 만남 같은 것들은 문자로만 남은 공허한 '한 번 보자!' 같은 문장을 만들고, 약속들은 결국 예상처럼 지켜지지 않았다. 친구는 말했다. "형이 잘못한 거야." 그 얘기에 대한 변명은 한 다스 정도 있었지만, 굳이 다 꺼내진 않았고 사실 어느 정도 친구의 말이 맞는다고 느꼈다.
자의로 혹은 타의로, 아니면 그 상황에는 그랬을 수밖에 없었다는 이유로 멀어진 관계들이 있다. 지금 만나는, 직업적인 모습이 형성된 후 다가오고 다가서는 관계와는 원칙적으로 다른 그런 관계들. 모두가 더 어렸기에 꿈꿀 수 있던 얘기들. 연락하지 않으면 아무리 친해도 멀어지게 마련이다. 연인이든 친구든 누구든. 지금의 나는, 어쩌면 먼저 다가오는 관계들에 익숙해진 것 아닐까. 많은 이들이 블로그를 보고 트위터를 보고 하는 것. 무얼 노리고 꾸며대진 않았다. 그래도 자꾸 무얼 기록하고 어떤 식으로든 나를 아는 사람은 늘어날 것이다. 관심이 없어 몰랐지만, 욕도 좀 먹고 있었다. 나를 직접 보거나 대화하지 않은 사람들에게조차. 변명할 가치는 없다고 느꼈지만 억울한 마음이 드는 건 내가 좀 다혈질 에이형이기 때문이리라.
수년 전 한 번의 연애가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이 주최한 파티가 열렸다. 기억하건대 내 생일이었다. 그때 난 가지 않았다. 음악 트는 파티를 별로 즐기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날뛰며 놀던 파티인데, 거짓 혹은 어색한 모습으로 돌아다니고 싶지 않았다. 오해하든 오해받든, 마음을 추스르던 상황에서 마주칠 용기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비슷한 시기,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편집매장의 아울렛 매장에 가서 톰 브라운의 스리피스 수트를 산 날이 있었다. 그날 계획의 정점은 무리해서 옷을 사는 게 아니라 친구의 바(bar)에 가서 친구들의 공연을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헤어진 여자친구는 내가 아니어도 내 친구들과 몹시 친해진 상태라 거기 가서 친구들과 놀면서 그 애의 얼굴을 아는 척하기도, 모르는 척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 복통과 두통, 약간의 몸살 성 떨림. 신경성으로 발생한 안 좋은 기분이 홍대로 가는 버스 내내 나타났고, 신기하게도 '거기 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자마자 곧 나았다. 그리고서 나는 친구들의 무리에서 자진 탈퇴했다. 이십 대 초반,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찍으면서 알게 된 기백 명의 사람들이 한순간 없어지는 걸 경험한 다음, 수년 간 친구로 지낸 사람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모습은 십 대 사춘기보다 더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지금이야 트위터도 있고 등록만 하면 누가 뭘 먹었는지까지 보고 있으니 흐지부지되었지만 당시에는 솔직히 일부러 연락하지 않고 만나지 않았다. 친구들 사이에서 물러나는 것. 당시 생각한 최선의 이별 방법이었다.
연애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니다. 나이를 먹으며 보이는 필요에 의한 관계에 대한, 뻔하고 허무하고 씁쓸한 얘기도 아니다. 다만, 끊고 끊긴 관계들에 대해 생각했다. 보통의 의지만 있었더라면, 남들이 먼저 보내는 관심에 익숙하지 않고 먼저 보내는 관심에 더 신경썼더라면 어땠을까. 먼저 연락해서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 연락 안 한 지 좀 됐지만 술 한 잔 전화 한 통 정도면 말랑말랑해질 수 있는 사람들. 생각만 하지 말고 한 번 연락해봐야겠다.
이번여름 공통적으로 통하는 일이 있었다면 과거애아는사람이 갑자기 나타나는것이엇져. 꼭 맘주면 안됏엇가람, 맘 떠나간지 오래됀사람, 맘 고생시켯던사람 등등.. 모, 저의경우는 다시보고싶엇던 관개는 아니져 결국.
ReplyDelete하지만 꼭 후홰한번하는 상대라면 한사람만의 잘못이라는건 절대업다고 믿는 축이애여.
중학교부터 친한, 개속 만나는 친구들 몇명있어요. 만나고는 꼭 그런생각해여. 지금 이런애들 만나기는 내가 너무 달러졋지만, 앳우정... 그리구 결국 중독스러운nostalgia 때문애 만나는개 아닌가? 그리고 이미 어른이됏을때 마음가는 사람 만나기는 너무힘들기때문애.
글 잘읽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