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 October 03, 2010 _ 최근까지도 '물질'이 남는다고 생각했다

지금보다 훨씬 어릴 적에는, 아니 최근까지도 '물질'이 남는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물질은? 책이나 옷이겠지. 강조는 옷에 좀 더 될 거고. 그런데 무슨 영향일까. 기분이 안 좋거나 우울할 때에는 산책하고 좋은 음악을 듣거나 좋은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그리고 무언가 쇼핑하는 걸로 기분 전환하곤 했는데 요즘은 그중 '물질'의 약발이 좀 다 된 것 같다. 한창 옷을 사들이던 어린 시절에는 먹는 것보다 옷이 남는 거야, 암, 하며 마구 사들였는데. 하루 걸러서는 꼭 다른 옷을 입었다. 옷으로 고민하며 머릴 싸매기도 많이 했다. 요즘은 삼일 정도 같은 옷을 입기도 하고 바지는 일주일 넘게 그대로 입기도 한다. 엊그제인가 간만에 옷 정리를 하면서 홈플러스 큰 비닐 봉투에 담은 열 봉지의 가방과 신발과 옷을 헌옷 수거함에 넣었다. 그래도 버리기 아까운 것들은 어제 블링 프리마켓에서 팔았다. 그래도 아직 옷은 많고, 지금도 사들인다. 하지만 옷에 대해 두근거리던 감흥이, 좀 떨어지고 있는 건 확실하고 사실 이런 감정 느낀 지 오래되었다.

패션과 옷을 좋아한 감정, 그러니까 그쪽만 파고들던 감성이 다른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건 꽤 지난 일이다. 잘 만든 셔츠 하나보다 사진집 한 권이 내게 더 큰 기쁨을 주기도 하니까. 뽐내기 위해 옷을 사냐고 물으면 백 퍼센트 아니라곤 못하겠지만, 나는 옷을 입는 데 있어 자기만족이 가장 크다. 사실 남들이 어떻게 볼까, 별로 고민 안 한다. 게다가 지금의 나는 고급 기성복과 하이패션에서 잘 만들고 오래 질리지 않을 것 같은 옷으로 방향을 전환해 새로운 탐험을 하는 모험가 같은 기분도 들기 때문에, 이걸 단순하게 '질릴 때도 됐으니까'라고 생각하기엔 아쉬운,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있다. 쇼핑할 때에는 예전보다 실패할 확률이 줄거나 더 신중해진다거나, 더 좋은 것을 볼 줄 알게 되었다거나 하는 어떤 가치와 안목의 전환이 생긴 것 같긴 한데 그걸로는 부족한 무언가가 있는 거다. 정말로.

관심의 전환이 이 생각의 본질이라면 일에 대해선 어떤가? 좀 쉬엄쉬엄 한 시기이긴 하지만 요즘의 나는 글, 많이 쓴다. 앞으로 더 많이 쓸 거다. 사진도 많이 찍고, 무얼 하고 살아야 할까, 궁리도 많이 한다.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대체 무얼까. 그래서 요즘은 생각을 많이 한다. 여유롭자고 돼내면서 불안감이 엄습한다. 확실히 손에 쥔 정답이 보이지 않는달까. 여전히 찾고 있다. 언젠가 정답 비스름한 걸 찾을지도 모른다. 그때까지는 지금과 비슷할 것이다. 치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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