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 October 06, 2010 _ note
wed, October 06, 2010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던가, 컴퓨터라는 편리한 도구가 있지만 노트에 펜으로 쓰는 일을 멈출 순 없다. 문구류를 무척 좋아해서 괜찮은 노트나 펜은 보이는 족족 사들이다가 잠시 중단하고 어제 새 노트 남은 거 없나 집에서 찾아보니, 아껴둔 하나 빼곤 다 쓴 상태였다. 하나 남은 노트는 두꺼운 편이라 더 얇고 가벼운 게 필요했다. 2006년인가부터 무인양품 MUJI에서 파는 공책처럼 생긴 노트를 써왔다. 얇고, 단정한 디자인에 가격도 싼 편이라 좋아했는데 오래 쓰면 항상 표지 모서리 부분이 닳아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게 불만이었다. 당시에도 사람들은 딱딱한 표지의 몰스킨 수첩을 많이 썼지만, 사람들이 많이 쓴다는 게 왠지 싫었고 그 작은 수첩이 내게 맞진 않았다. 2008년인가 데일리 프로젝트에서 일할 때 3개에 2만 2천 원짜리 몰스킨 Molskine 노트(set of 3 ruled journals)를 샀는데 실로 제본이 되어 있어서 튼튼하고 꾸밈없는 밋밋한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공책 3권에 2만 원?'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리 돈이 아깝지 않다. 세 권의 노트에 수년의 삶이 들어가 있는 셈인데, 하루 술값만도 못한 가격에 벌벌 떤 걸 생각하면 피식한다.
처음 산 노트는 검은색이었는데 세 권 모두 책상 책장에 꽂혀 있다. 그중 두 권은 절반 정도 쓰다 말았는데, 아마도 그 당시 작은 노트로 바꾸거나 뭐 이런저런 사정이 있었겠지. 노트에 뭔가 쓸 때는 습관처럼 날짜부터 쓰고 시작해서, 사실 남은 노트에 다시 날짜를 쓰고 시작해도 되겠지만 그러진 않으려 한다. 그 남은 여백의 시간은 나중에 노트를 보면서 써둔 것들 볼 때만큼 뭔가 떠오를까 싶어서.
오늘 잠이 깬 건 경비아저씨 때문이었다. 인터폰이 울려서 받으니 등기 우편과 소포가 왔다고 했다. 폴로셔츠를 입고 머리도 다듬지 않고 내려가 보니 외국서 온 소포 하나랑 나일론 NYLON Korea 10월호가 왔다. 나일론에는 짧은 원고를 썼고, 소포는 참 오랜만에 산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옷이다. 폴로셔츠만 입기엔 쌀쌀한 아침이어서일까, 약간 쓸쓸해져서 듣고 싶은 목소리에 전화를 걸었다. 아침에는 약간 다운되는 경향이 있지. 그래도 어제 산 새 노트 같은 기분으로 오늘을 맞으려 한다. 아이튠즈로 듣는 유희열의 목소리가 반갑다. 머리를 자르고 일을 하고 새로운 궁리를 하고 저녁에는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cheer up. 좋은 일상이에요 ^^
ReplyDelete저는 이거 두번째 권 쓰고있는데
ReplyDelete아주 좋아해요
꼭 낡아서 망가질것같은데
의외로 튼튼하다는.
Cold Toes/ 그쵸, 딱 그래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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