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_ wed, December 15, 2010
의례 연말의 달력 붐은 나완 무관했다. 달력은 돈 주고 사는 게 아니라 부모님께서 어디선가 가져오시는, '올드스쿨에 올드패션한' 것들이었을 뿐. 이십 대 초반에도 그렇게 생긴 어디 은행이나 우체국에서 만든 책상용 달력 위에 일정 표시를 하곤 했지. 디자인하는 주위 사람들이 많다 해도, 예쁜 가게에서 예쁜 달력을 봐도 한결같이 의견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작년, 500개 한정이라는 뉴욕발(發)의 아티스트 달력을 '사고 싶다' 생각해 갖게 됐다. 그 시점에서 나도 모르던 스위치 하나가 눌러졌다. 웹사이트에서 본 달력은 뉴욕에서 오는 친구에게 이메일까지 사달라고 부탁했는데 무려 선물해줬다. 사실 아이폰과 구글 캘린더가 더 친숙한 나는 달력을 제대로 보지도 않았지만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오는 뿌듯함이 있었다. 얼마 전 다녀온 일본에서는 거의 전 세계의 명절이 모두 표기된, 그래서 거의 모든 날짜가 빨간 날인 달력을 샀다. 이 두 개의 달력을 갖게 된 다음엔 달력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매년 예쁜 달력 하나씩을 모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한 삼십 개 정도 모으면 서른 살 정도 더 먹을 테니, 그즈음, 모은 달력에 각기 다른 사연을 달아 전시하면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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