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per's BAZAAR MAN Korea March 2012 _ GENDER PLAY
Harper's BAZAAR MAN Korea March 2012 _ GENDER PLAY
photographer Park Ji hyuk 박지혁
deputy editor in chief Jang Miah 장미아
contributing editor Hong Sukwoo 홍석우 하퍼스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2012년 3월호와 함께 나온 바자 맨 BAZAAR MAN 창간호 화보 중 '젠더 플레이 GENDER PLAY'입니다. 성별로 다양한 변화를 거친 패션의 2012년 모습에 대한 화보였고, 저는 그에 대한 생각을 글로 썼습니다. 아래는 수정하지 않은 원문입니다. 참고로 바자 맨은 일 년에 두 번, 3월과 9월 발행합니다.
Harper's BAZAAR MAN Korea published March 2011. I was joined a contributing editor for their debut issue. Below article is about 'GENDER PLAY' in 2012. Enjoy,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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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per's Bazaar MAN _ The Debut Issue, March 2012
GENDER PLAY
여기 한 남자와 여자가 있다. 그들은 뷔스티에와 드레스 셔츠를 입고, 글렌 체크와 플라워 프린트를 즐기고, 스모킹 수트와 테일러드
재킷을 걸친다. 이브 생 로랑의 '르 스모킹(Le Smoking)'이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를 허물었다면, 지금의 하이 패션은
더는 성의 벽을 타파하려고 하지 않는다. 서로의 옷에서 영감받은 옷을 입고, 또 즐기는 '젠더 플레이'가 2012년판 유니섹스
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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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서 20세기는 격동과 혁명의 시대였다. 코코 샤넬, 크리스티앙 디올, 위베르 드 지방시, 이브 생 로랑 같은 전설적인 디자이너들은 이전 세기의 아름다움과는 전혀 다른 미(美)를 구축했다. 그들은 혁명가이자 발명가였다.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던 모조 진주와 트위드를 정체성으로 삼은 코코 샤넬은 21세기에도 통용되는 진취적인 여성의 전형을 만들었다. 이브 생 로랑 또한 '르 스모킹'이라 불린 여성용 팬츠 수트를 통해, 여성 내면의 남성성을 포착한 것은 물론 20세기 여성의 사회적 권익 신장에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차이에 기반을 둔 옷은, 앞서 언급한 디자이너들의 시대를 넘어 점점 더 서로의 영역을 침식하기 시작했다. 성별 구분이 모호한 옷, 여성스러운 남성복, 남성스러운 여성복을 만드는 디자이너들은 이제 각기 다른 '군(群)'을 형성한다. 디자이너들은 세계 각지의 문화권에서 뽑아낸 요소를 재단하고, 비틀고 때로는 섞으면서 새로운 유형의 남성상과 여성상을 제시하고 있다.
패션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데뷔 컬렉션 중 하나로 거론되는 레이 가와쿠보의 꼼 데 가르송 컬렉션은 옷이라 칭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해한 콘셉트의 옷을 선보였다. 지금도 매장에 걸린 꼼 데 가르송의 옷 중에는 과감한 남성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전위적인 재킷과 팬츠가 수두룩하다. 수년 전, 마크 제이콥스가 한창 '레이 가와쿠보'의 빈티지 의상에 꽂혔을 무렵, 컬렉션 피날레에서 입은 꼼 데 가르송의 남성용 스커트는 두고두고 화자 됐을 정도다.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가 막 컬렉션을 시작한 1980년대 말은 랄프 로렌과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위시한 '파워 수트'가 한창 세를 확장할 무렵이었지만, 요지 야마모토와 꼼 데 가르송 같은 일본 디자이너에게 영향받은 그의 여성복 컬렉션이 '아방가르드'에 목마른 마니악한 남성들에게 인기 있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같은 안트워프 출신의 앤 드뮐미스터는 전설적인 록커이자 무신론자 시인인 패티 스미스에 대한 꾸준한 오마주로 유명한데, 사내처럼 한 손에 재킷을 들고 흰 셔츠를 입은 채 렌즈를 응시하는 패티 스미스 룩은 훗날 수많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었다.
미니멀리즘과 로맨티시즘, 그리고 고스(goth) 문화의 영향을 받은 릭 오웬스와 다미르 도마는 흐르는 듯한 실루엣의 무채색 옷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몸에 착 붙는 져지 탑과 라이더 재킷, 발목이 간신히 보이는 롱 스커트는 여성들은 물론 남성들까지 그 안에 빠져들게 했다. 릭 오웬스가 '힐' 타입의 슈즈를 컬렉션 피날레에서 신고 나온 이후, 남성 디자이너들과 스트리트 패션 블로거들이 여성용 구두를 신게 되었다는 점도 재미있다.
십수 년 간 이어진 앤드로지너스와 매트로섹슈얼 붐을 넘어 2012년의 패션은 어떠한가? 디스퀘어드의 딘과 댄 형제는 대놓고 로브 뷔스티에(robe bustier)와 턱시도라는 상반된 요소를 근육질 남성에게 입힌 캠페인으로 ‘젠더 플레이’를 환기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살아 있던 시절의 영화에서 볼법한 웨스턴풍 불꽃 프린트 자동차는 페미닌하기 그지없는 프라다 스커트 안에 들어가 있다.
저항과 분노를 옷으로 표현한다는 꼼 데 가르송의 레이 가와쿠보는? 2012년 봄/여름 시즌의 글렌 체크 라이더 재킷과 팬츠는 여성을 위해 만들었지만, 반항기 가득한 청년이 한 손에 클러치를 쥐고 거리를 활보해도 누구 하나 제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디올 옴므 이후 오랜만에 '옷에 맞춰 체형을 바꾸는' 남성복을 제시한 톰 브라운은 이제 그 영역을 여성복까지 넓히고 있다. 옥스퍼드 셔츠에 한쪽 소매에 줄무늬가 들어간 짧은 카디건을 입고 까만 브로그(brogue)를 신은 여성은 전신을 톰 브라운으로 감싼 남자들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지니까 말이다.
스트라이프로 대표되는 마린 룩 또한, 그 시작은 파도를 형상화한 거친 남자 선원들의 몫이었지만 지금은 리조트 컬렉션의 대표주자로 여성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노동자 계급의 작업복이던 점프수트를 재창조하는 작업도 웬만한 디자이너들은 한 번쯤 짚고 넘어갈 숙제와도 같아졌는데, 실크 소재와 패턴 플레이로 여성미를 살린 앤디앤뎁의 점프수트에 남성의 테일러드 재킷을 걸친 룩은 여성의 아름다움에 중심을 두면서도 남성성을 드러낸 젠더 플레이의 전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옷이 가진 고유한 성별을 기억하지 않고도 점점 더 패션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닮기 위해 발버둥친 시대가 지난 세기 패션의 한 축을 차지했다면, 지금의 패션은 여성과 남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청년'과 '여인'의 느낌을 풍길 수 있다는 뜻이다. '젠더 익스체인지'보다 '젠더 플레이'가 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written
by Hong Sukwoo 홍석우 (yourboyhood@gmail.com)
Harper's
BAZAAR MAN contributing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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