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_ thu, March 27, 2014

노을의 정취가 가장 아름다운 것은, 내 인생을 통틀어 언제나 초여름이었다. 6월, 이제 긴 소매 옷 입고 다니기 어려울 무렵, 아 직 열대야가 도래하지 않아 해가 지는 것과 동시에 기온이 떨어지고 그 시원한 찰나의 바람이 기분을 들뜨게 하는 순간이 모인, 어수 룩하고 즉흥적으로 잡은 약속 같은 것들.

그러나 역시 사람은 바뀌어서 오늘처럼 (겉보기에는) 평온한 동네 해 넘김 을 바라보고 있자니 봄의 노을 또한 그만의 운치가 상당하다. 사실 어느 계절이든 노을이란 사람의 마음을 촉촉하게 하는 장치가 숨 은 게 아닐까. 끓어오르는 일출이 마음을 뜨겁고 광활하게 한다면, 노을이란 더 긴 간격의 울림을 담고서도 더 차분해지기 위한 심호흡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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