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 _ mon, April 14, 2014
충무로에 사러 갈 것이 있어 여느 때처럼 이어폰으로 노래 들으면서 앞만 보고 지하철 계단을 서둘러 내려가는데, 계단 통로와 개찰구를 연결하는 모퉁이를 도는 순간 싸하고 아삭한 냄새가 났다. 모퉁이 좌판, 봄나물 파는 할머니가 보험회사 쇼핑백을 든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 손님에게 막 그 푸른 잎사귀들을 담고 있었다.
사실 특별할 건 없다. 평소라면 지나칠 광경이다. 봄나물쯤이야 그 자리에서 항상 지하철역 직원들과 숨바꼭질하는 노점상인들과 더불어 몇 년이나 본 풍경이다. 오늘 굳이 달랐던 이유는 그 사실의 자각이 청각도 시각도 아닌 후각의 동요였기 때문이었다. 풀냄새, 흙냄새가 뒤섞여 잔상처럼 남으니 모두가 바쁜 퇴근길 지하철역에서 예의 쇼핑백을 든, 저녁 찬거리 봄나물을 사서 집으로 돌아갈 아주머니와 나만 왠지 봄을 느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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