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참 흐른다 _ mon, January 26, 2015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술을 마시나? 자주 많이 마시는 것보다 당연하지만 확실히 낫다. 돈도 굳고.

지 난 목요일까지 오전과 오후에는 일과 운동과 휴식, 저녁에는 계속 바깥을 다녔다. 취재와 사전 조사, 미팅을 함께했다. 목요일 저녁 혜진이 동생이 응급실에 가는 바람에 해방촌에서 미팅한 후 바로 병원에 갔다. 온몸이 쑤시듯이 아팠는데, 무거운 코트와 짐 때문인지 요새 좀 충실했던 트레드밀 탓인지 싶다가 다음날 오전이 되어서야 알았다. 몸살감기에 걸렸구나. 금요일은 고역이었다. 오후 다섯 시 즈음에는 모든 걸 놓고 싶었다. 몸살이면 몸만 아프지 웬걸, 요즘 감기는 장염을 동반했다. 일요일 오전까지, 거의 죽은 것처럼 지냈다. 몸속 수분만 빼면서.

불안했던 일요일이 지나고 오늘도 조금 고민했다. 어떻게 할까. 작년 10월과 11월, 미래를 고민하며 혼자 느낀 스트레스와 어쨌든 간에 '일'을 맡거나 벌이며 보내는 스트레스에 틈은 있다. 그래서 해도 제대로 뜨지 않은 이른 오전에 어느 편집매장에서 가져온 엽서 위에 시간표를 썼다. 지금부터 2월 말까지,하루에 할 일을 두루뭉술하게 적었다. 1번과 2번, 그 안의 소주제들. 지킨다면 하루가 꽤 보람찰 것이다. 어느 정도 적당한 스트레스는 성취했을 때 오는 쾌감을 동반한다는 것을 안다.

그 테두리 안에서 그다음을 생각한다. 아니, 별로 쓸데없거나 지금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무언가를 함께 생각한다. 어딘가 패션쇼에서 받은 크레파스들로 그릴 그림과 일과 중간의 '멍'한 시간, 두루뭉술한 것이 선명해지기 위해 해야 할 것들, 지나간 사람들, 앞으로, 뒤죽박죽 같은 것을 정렬하기 위해 다시 담배를 꼬나물 근미래의 나를 상상한다. 몸살과 장염이 가시고 온 것은 부은 편도선인데, 영상 기온 안의 봄비 같은 겨울비와 부탁하는 불편을 생각한다.

<지큐 GQ Korea>를 오랜만에 오래 읽었다. 그 안에서 구십 년대 생들을 보았다. 2007년에서 2008년 즈음일까, '청춘 靑春' 이라는 제목으로 얇은 트렌치코트를 입고 90년대 유물인 형광 캠프 모자를 쓰고 전날 숙취가 가시지 않았던 - 지금보다 말랐던 - 내가 남산 숲 속 어딘가에서 비슷한 기사 안에 있었다. 사람들의 시간은 젊음을 밟고 오르는데 그 단어만큼은 참 불변하는구나. 시간이 참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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