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손님'이 매장에 들르는 시간 _ Mon, September 26, 2016
어떤 브랜드가 오래 갈 때, 가장 좋은 순간 중 하나는 '단골 손님'이 매장에 들르는 시간 아닐까. 오래도록 한 자리에 있는 매장에 오래 근무한 직원이 있고, 오랜만에 방문해도 친절하게 맞이해주며, 꼭 옷이나 장신구를 구매하지 않아도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눌 수 있는, 느슨한 긴장감은 유지하더라도 반드시 재화와 실리로만 이루어지지 않은 관계처럼 말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가 있다. 한국에도 이미 들어와 있고, 심지어 매장은 더 크다. 그러나 브랜드를 낸 이후 디자이너와 브랜드, 고객이 '함께 나이를 먹은' 시간은 무엇으로도 이길 수 없다. 아무리 유명 인사가 걸치고 홍보하며, 돈 많은 국내외 손님들이 방문해도 점원들의 진짜 미소와 이야기는 잠시 들르는 손님이 나눈 대화로는 이끌어내기 어림없다.
온통 검정으로 도배하였지만 백발 성성한 우아한 숙녀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관광객처럼 보였다. 두 명의 나이 먹은 직원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숙녀는 올가을 막 나온 까만 꼼데가르송 COMME des GARCONS 점퍼와 바지를 곱게 집어 들어 새빨간 계산대 위에 올렸다. 세금 환급을 위해 여권을 꺼내는 걸 보아하니 프랑스 여성은 아닌데, 패션위크 때 꼭 방문하는지 오래된 매장 점원과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상상력을 자극했다. 수년 혹은 십 년 전에도 그들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그런' 가게와 브랜드가, 꼭 패션이 아니어도 이야기를 오래 담아낼 수 있는 무언가를 더 자주 접하고, 발견하고 싶다.
Paris, France
Mon, September 26, 2016
COMME des GARCONS Paris,
54 Rue du Faubourg Saint-Honore 75008 Paris France
photograph by Hong Suk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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