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초대 _ Sun, January 01, 2017

한 달 남짓 전에 네스트 호텔 Nest hotel을 예약했다. 해를 넘기는 마지막 날 밤은 최근 몇 년 항상 몇 명의 친구들과 보냈으나 올해는 그럴 수 없을 듯하여 택한 결정이었다. 그저 편안하게 가보지 않은 지역에서 소중한 사람과, 비일상적인 공간인 호텔의 잔잔한 분위기도 느끼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12월 31일이라 급격하게 오른 가격만 빼면 호텔은 좋았다. 연말이라고 준비한 이벤트는 좀 느끼했지만, 그것만 빼면 다시 방문하자고 다짐할 정도였다. 조금 더 날이 풀리면 평일에 며칠 묵고 싶다.

해가 좀 가려지는가 싶더니 인천에서 서울로 오는 내내 안개가 자욱했다. 해가 막 떨어지기 시작한 오후 다섯 시 이십오 분, 이제는 안개인지 구름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딘지 모르게 서늘한 기운이 도는 2017년 첫날이다. 다행이라면 다행히도 날은 포근하다. 아직 서울에 들어오지 않은 차가 많은 걸까. 요금소 주위 정체와는 정반대로 명절 연휴만큼이나 텅 빈, 대체로 문 닫은 강남대로를 달렸다.

문 연 체인점 커피숍을 찾는 대신, 집에 들고 갈 호두 케이크를 사며 파리바게뜨에서 시원한 커피를 주문하고, 마셨다기보다는 들이켰다. 정초, 갓 구운 빵 냄새 가득한 체인점 빵집 사장님은 온화해 보였고 무척 친절하셔서, 어쩐지 기분이 좋아졌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마틴 프리먼이 주연한 <셜록 
Sherlock> 네 번째 시즌이 곧 시작한다는 생각, 할인 기간에 산 조금 헐렁한 치수의 NN07 No Nationality 07 모크넥 mock neck 스웨트셔츠와 발목을 감싸는 나이키 러닝화가 곧 도착한다는 생각도 마음을 들뜨게 했다.

신해철의 '일상으로의 초대'란 곡을 좋아한다. 넥스트 
N.EX.T가 해체하고, 그가 오랜만에 이 노래를 들고 나왔을 때 기억하건대 중학생이었다. 전자음이 '삑삑'대는 음악과 어울린 잔잔한 가사가 머금은 정서를 그때는 오롯이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나이를, 심지어 한 살 더 먹고, 오늘 귀에 에어팟이 꽂힌 거의 모든 시간에 이 음악을 반복하여 재생한다. 언젠가 인생에 아주 중요한 고백을 해야 할 날이 온다면 이 노래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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