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재즈 Latin Jazz _ Sat, April 29, 2017


징후 하나 없이 온 감기에 며칠 몸이 무척 힘들었다. 어제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adidas Originals 젊은 직원분들을 대상으로 강의했는데, 약 기운과 식은땀 사이에서 말을 잇느라 그야말로 혼을 뺐다. 금요일 오후, 알고 보니 강남역 한복판 바로 옆, 본능은 집에서 쉬고 싶었는데 그래도 마쳐야 할 일들이 있어서 정신력 그 자체로 버텼다. 직사각형 반투명 알약 통 안 타이레놀은 이럴 때만큼은 친구가 된다.

오늘은 집에서 좀 머리와 몸을 쉬게 하려 한다. 준비하는 일에 관련한 무언가를 할 것이고 친구가 연 벼룩시장에도 가보고 싶지만, 집에만 있을 거다. 늦은 아침을 먹고 약 기운도 아직 남았다.

매일 엇비슷한 애플뮤직 Apple Music 라디오 Radio 채널을 듣다가 며칠 전부터 라틴 재즈 Latin Jazz를 듣는다. 재즈는 뭔가 잘못 퍼진 탓에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박혀 있는 듯하지만, 그런 사회적 관계는 차치하고 그저 집중하거나 '가사'가 듣고 싶지 않을 때, 어떤 종류의 연주곡들을 트는 게 버릇이 되었다. 피아노 연주만 모은 클래식이든 반복하는 비트를 툭툭 던지는 일렉트로닉이든, 연주만 들어간 음악에도 여러 층위가 있겠지만 내게 맞는 건 재즈였다. 너무 과하지도, 너무 지루하지도 않게 들어선 음률에 들뜬다.

라틴 재즈의 부드러운 연주는 기억이 박제한 고정관념 속 재즈 그 자체로 들리지만, 어딘지 모르게 흥이 자리를 잡고 있다. 연주를 듣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방문하지도 않았고 산 적도 없는, 좀 더 열대 느낌 속 미지의 도시를 상상하곤 한다. 그러다 보면 지난 방콕 여행 때 우연히 방문하고는 이틀 연달아 공연을 본 어느 재즈 바 생각이 새록새록 피어오르고, 약 기운이 좀 돌긴 하지만 습관처럼 매일 마시는 커피에 조금 탄, 발렌타인 파이니스트 Ballantine's Finest 위스키도 괜찮아진다.

내일은 그야말로 일요일 같은 일요일을 보내고 싶다. 맛있는 점심을 천천히 먹고, 선글라스를 낀 채 걷거나, 각기 형식이 다른 전시를 펼쳐놓은 갤러리에 가고 싶다. 참, 대충 그리다 만 듯한 삽화가 인상적인 별책 부록이 들어간 <긴자 Ginza> 매거진과 사카모토 류이치 Sakamoto Ryuichi가 표지를 장식한 <스위치 Switch> 매거진도 오랜만에 한 부씩 사두고 싶다.


<Latin Beat> by Willie Bobo,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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