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cle] Noblesse.com Weekly Briefing No.03 _ Mon, February 20, 2017


리뉴얼한 <노블레스 Noblesse> 매거진의 디지털 웹사이트, <노블레스닷컴 Noblesse.com>에 2017년 2월 둘째 주부터 '노블레스닷컴 위클리 브리핑 Noblesse.com Weekly Briefing'이라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패션을 중심으로 예술과 지역 문화 등의 소식을 브리핑 형식으로 올리는 콘텐츠입니다.

아래가 세 번째 원고이며, 웹사이트에 들어간 것과 조금 다른 수정 전 원본입니다. 편집한 최종 원고는 Noblesse.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Noblesse.com Weekly Briefing 노블레스닷컴 위클리 브리핑

‘노블레스닷컴 위클리 브리핑’은 지난 한 주간 벌어진 국내외 패션·문화·라이프스타일 소식 중 <노블레스> 독자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이야기들을 골라, 매주 월요일 소개합니다.

A. 런던과 뉴욕 패션 위크, 세 벌의 ‘블랙’ 룩

봄비가 서울을 뒤덮은 2월 중순, 이미 패션계는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2017년도 가을/겨울 시즌 런던과 뉴욕 패션위크에는 여전히 기발하고 아름다운 디자이너들의 최신 컬렉션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다소 불안정한 세계정세의 영향일까요…? 그토록 화려한 봄과 여름 시즌을 치른 무대에는 좀 더 침착해진 검정 옷들이 몇 벌이나 눈에 들었습니다. 위클리 브리핑이 고른 주관적인 ‘베스트 룩 3’를 소개합니다.

1. 유돈 초이 Eudon Choi, London



긴소매 셔츠와 테일러드 재킷처럼 남성복에 기반을 둔 아이템을 커다란 단추와 풍성한 실루엣으로 변형한 유돈 초이. 지금 곧바로 입고 싶어지는 큰 치수 코트와 통이 넓은 바지도 멋지지만, 가장 우아한 룩은 쇼 말미에 나온 검정 새틴 드레스였습니다. 목을 감싼 스카프의 절제한 느낌이 활동적인 가죽 스니커즈와 대비하는 듯 어울리네요.

2. 이지 Yeezy, New York



카녜 웨스트 Kanye West가 아무리 악동이라고 해도, 그의 음악적 재능과 동시대 패션계에 끼친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패션 디자이너에 도전하며 혹평을 받아왔지만, 카녜 웨스트가 아디다스 Adidas와 만든 스웨트셔츠와 스니커즈는 여전히 웃돈이 붙어 거래되죠.

성대한 콘서트 스타일 컬렉션이 아닌 단출한 프레젠테이션으로 새로운 ‘이지 Yeezy’ 컬렉션을 공개한 카녜 웨스트는 급진적 변화 대신 스포츠웨어와 스트리트웨어의 안전한 결합을 택했습니다. 카모플라주 재킷과 운동복 바지의 조화가 혁신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헌팅 재킷을 변형한 검정 스포츠 재킷과 스네이크 패턴 무릎 부츠를 여성들이 걸치도록 호소하는 재주는 분명히 있네요.

3. 디 엘더 스테이츠먼 The Elder Statesman, New York



섬세한 도회적 아름다움보다 미국 서부 해안가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묻어나는 컬렉션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뉴욕에 질린 사람들이 로스앤젤레스에 열광하는 이유와도 비슷하죠.

‘디 엘더 스테이츠먼’의 디자이너, 그레그 체이트 Greg Chait는 현란한 색과 패턴의 니트웨어로 유명한 신예 디자이너이지만, 그가 검은색을 사용하면 또 다른 재미를 줍니다.

미국 원주민 인디언의 나바호족 패턴에서 영감 받은 컬렉션은 여전히 화려했지만, 차분한 그러데이션으로 메시지를 적은 검정 스웨터와 헐렁한 흰 티셔츠의 만남은 좀 더 편한 캐주얼 룩으로 다가옵니다.


B. 2017년 봄, 두 벌의 후디

조금 물릴 수도 있지만, 이제 누구도 ‘후드 파카’, 즉 ‘후디’의 시대가 왔다는 걸 부인하지 않을 겁니다. 베트멍과 슈프림이 점령한 듯 보이는 후디의 세계는 사실 아주 고전적인 디자인의 스포츠웨어부터 화려한 자수를 수놓은 고급 기성복까지 다양하죠.

한때 스케이트보더 청소년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진 후드 파카는 이제 패션위크 가장 앞 좌석부터 길거리 패션에 이르기까지, 가장 흔하면서도 유행하는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2017년 봄/여름, 다양한 패션 브랜드가 선보인 후드 파카 중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1. 구찌 Gucci





아티스틱 디렉터가 바뀐 후 고공행진 중인 구찌 Gucci는 그들의 새로운 시그니처로 자리매김한 자수 아플리케 장식으로 이번 봄/여름 컬렉션을 문자 그대로 수놓았습니다. ‘사랑에 눈이 멀다 Blind for Love’라고 쓰인 로고도 귀여워요.

자수 후드 스웨트셔츠, 2,440,000원.

구찌 웹사이트에서 구매하기 Purchase on Gucci.com

2. 제임스 펄스 James Perse





제임스 펄스 James Perse의 컬렉션은 항상 기본을 다룹니다. 부드러운 촉감의 반소매 티셔츠와 회색 후드 파카는 이 실용적인 미국 브랜드의 정신이자 뿌리라고 할 수 있죠. 특별한 장식 하나 없이 스웨트셔츠에 모자만 달랑 붙은 저지 소재 후드 파카는 그래서 어디에나 어울립니다. 사진처럼 체크무늬 셔츠와 찢어진 청바지 차림에도, 반대로 테일러드 재킷과 주름치마에도 말입니다.

면 혼방 저지 후드 파카, 330달러 USD, 네타포르테.

네타포르테에서 구매하기 Purchase on Net-a-porter.com


C. 일본 대표 편집매장 빔스, 리졸리 출판사와 40주년 기념 서적 발매





© <BEAMS: beyond TOKYO>, published by Rizzoli New York, 2017. Image courtesy of BEAMS.

일본을 대표하는 편집매장 하나가 1976년, 지금과 아주 많이 달랐던 도쿄 하라주쿠의 작은 매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이제 일본인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된 빔스 Beams입니다.

남성복과 여성복, 고급 기성복과 스트리트웨어, 심지어 아동복과 자사 이름을 딴 수많은 브랜드 출시까지 패션 기업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사업으로 영역을 넓힌 빔스가 매출 규모로 따지면 훨씬 더 큰 회사들이 도처에 널렸음에도 여러 세대를 걸쳐 여전히 인정받고 존경받는 이유는 단순하죠.

그들은 '패션 fashion'과 '옷 garments'이 사회적으로 지닌 함의를 영리하게 포착하고, 여전히 누구보다 열정적인 임원들과 매장에 큰 애정을 훌륭한 스태프들을 몇 세대에 걸쳐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 각자가 일일이 주목받는 구조는 아니지만, '빔스'의 우산 아래 모이면 소비자들의 보통 삶 궤적 안에 들어와 뚜벅뚜벅 한 방향으로 몰두하는, 독특한 발자취와 개성을 띤 집단이 됩니다.

패션을 다루는 매장임에도 빔스 직원들이 꾸민 실제 '집'을 엿본 <빔스 앳 홈 BEAMS AT HOME> 같은 인테리어 서적 시리즈가 꾸준히 나올 수 있다는 건, 그들이 패션을 넘어 자신들의 이름으로 상징하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lifestyle 브랜드로 거듭난다는 방증입니다.

2016년, 매장을 연지 딱 40주년(!)을 맞이한 빔스는 올해도 굵직한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어요. 연초 돋보이는 건 단연 새 책 발매인데, 뉴욕의 리졸리 출판사 Rizzoli International Publications에서 펴낸 <빔스 비욘드 도쿄 BEAMS: beyond TOKYO>입니다. 제목 그대로 '도쿄를 넘어선 빔스'를 이야기하는 이 두꺼운 양장본 서적은 지금껏 빔스가 발매한 수많은 '협업 collaboration'들을 소개합니다.

나이키 Nike와 리바이스 Levi's처럼 팬들이라면 친숙한 거대 브랜드와 만든 한정판 제품은 물론, 마크 보스윅 Mark Borthwick과 테리 리차드슨 Terry Richardson 같은 패션 사진가와의 작업부터 관계자들의 농밀한 회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BEAMS Loves Rizzoli capsule collection, 2017. Image courtesy of BEAMS.

발매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 따끈따끈한 책이 다룬 주제처럼 '빔스 러브스 리졸리 BEAMS Loves Rizzoli' 협업 상품도 함께 공개되었습니다. 리졸리의 대표적인 'R' 로고를 전면에 내세운 티셔츠와 스웨트셔츠, 에코백과 야구모자로 단출하게 구성한 컬렉션입니다.




© BEAMS Loves Rizzoli capsule collection, 2017. Image courtesy of BEAMS.

짧은 생명력으로 끝나버리는 무수한 모방 브랜드가 판을 치는 작금의 현실에서, 패션을 어떻게 삶과 문화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사람들의 삶과 의식을 바꿔놓을 수 있는가, 알게 하는 중요한 힌트가 이 책 안에 존재합니다.

beams.co.jp/global/news/detail/86


Written by Hong Sukwoo 홍석우
Fashion Journalist, <The NAVY Magazine> Editor/ Fashion Director.

서울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패션 저널리스트이자 컨설턴트, 수필가인 홍석우는 패션 바이어와 스타일리스트, 강사 등을 거쳐 미국 스타일닷컴 Style.com 컨트리뷰팅 에디터와 서울의 지역 문화를 다룬 계간지 <스펙트럼 spectrum>과 <어반라이크 Urbänlike> 편집장 등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의 거리 사진을 올리는 블로그 ‘yourboyhood.com’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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