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 AirPods _ Wed, December 21, 2016
에어팟 AirPods을 샀다. 지난 13일, 출시되었다는 기사를 본 밤에 바로 애플 웹사이트에서 '질렀다'.
아이폰 iPhone은 6S를 쓰고 있어서 바꿀 주기가 아니고, 애플워치 Apple Watch도 1세대로 만족스럽게 사용 중이며 터치바를 단 맥북 프로 MacBook Pro도 신기했으나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올해 이미 두 대의 맥북을 샀고).
정말로 기다린 건 바로 에어팟이었다. 담배라든지 콩나물 자루라든지, 샤워기라고 사람들이 비아냥거려도, 끈 없는 다른 블루투스 이어폰의 선택지가 아무리 넓어도 애플에 기어코 끌리고 마는 심각한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1년 전, 혜진이가 선물로 준 소니 블루투스 이어폰은 넥밴드 타입이고 운동용으로 특화했으며 색도 청록색이지만 올해 가장 잘 쓴 물건 중 하나일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인이어 형태는 도무지 불편하고 개방형을 좋아하는 취향도 크다. 애플이 번들로 주는 '이어팟 EarPods'은 훌륭한 가격대와 성능의 이어폰이긴 해도, 소니 무선 이어폰을 쓰고 난 이래 종종 쓸 일이 생기면 그렇게 성가시고 불편할 수가 없었다. 그 '선' 때문에, 또 그 선이 꼬인 걸 주머니에서 꺼내 풀고 있는 게 말이다.
에어팟은 주문하고서 정확히 일주일 만에 도착했다(그사이 무수하게 애플과 DHL 웹사이트의 배송 추적을 눌러댔다). 마침 아무도 없을 때 도착한 에어팟을 받기 위하여, 점심과 오후로 이어진 미팅을 마치고 어느 때보다 서둘러 집에 갔다. 아파트 경비실 택배 보관소에 담긴 작고 가벼운 상자가 두근, 하고 마음을 쳤다. 가위로 조심스럽게 포장을 뜯고, 유튜브 영상과 리뷰 글로 수없이 본 '페어링' 과정을 의식처럼 거치고서는 귀에 안착한 에어팟으로 음악을 들었다. 미래에서 온 첨단 기기라기엔 선이 없다는 것만 빼면 그저 유려한 곡선으로 이뤄진 작고 가벼운 이어폰일 뿐이다. 아직 좀 생경하다.
과연 시간이 지난 후에도 적응은 할까 싶은 '착용' 모습에, 거울을 보고 귀에 달린 흰 막대기에, (아직) 어색하고 뭔가 조금 허탈한 기분도 들었지만, 맥북과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이어지며 하루에도 몇 번이나 듣는 기기를 바꾸는 내게 꽤 좋은 선택이었다고 세뇌한다.
W1 칩이라는 애플의 무선 신기술이 들어갔는데, 이 칩은 동일한 아이클라우드 iCloud 계정으로 등록한 기기들 - 맥북, 애플워치와 아이폰, 아이패드 등 - 로 에어팟을 사용할 때 설정 한 번으로 편하게 바꿔준다. 맥북과 아이폰은 합격점이었는데 유독 지연 증상이 있던 게 아이패드였는데, 산 지 3년이 진작 넘은 구세대 제품이라 그런가 싶다.
음질은 나보다 더 전문가들이 알려주겠지만, 이어팟 정도는 충분히 한다. 소니 무선 이어폰도 나쁜 음색이 아니었고 충분히 만족했다. 다만 거슬리는 몇 가지도 있다.
페어링 과정이나 잠시 아무런 음악이 나오지 않을 때 미세하게 불투명한 전자음, 사람들이 화이트 노이즈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소니 이어폰에는 없던 증상이다. 또한, 이틀간 사용하면서 전화 통화를 기다릴 때 두어 번, 노래를 듣다 두어 번 정도 페어링이 갑자기 끊어진 적이 있다. 일단 '기기 지우기'를 택하고 다시 연결한 후 조금 더 써보려고 한다.
선이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기가 주는 장점이나 잡다한 이야기를 더 쓰려면 아무래도 일주일 이상은 써보고 감회를 밝히는 게 낫겠다 싶어, 지금은 그저 첫인상 정도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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