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 캐슬 Brooklyn Castle
조용한 밤이나 주말 오후, 집에서 혼자 보는 선댄스 Sundance 채널의 다큐멘터리와 시시콜콜하고 아무래도 괜찮을 이야기 가득한 독립 영화들을 좋아한다. <브루클린 캐슬 Brooklyn Castle, 2012>이라는 다큐멘터리도 습관처럼 틀어둔 선댄스 채널로 세 번이나 보았다.
체스 말 이름과 뉴욕 저소득층 밀집 지구를 붙여 은유한 다큐멘터리는 월스트리트 Wall Street 발 미국 경제 위기 시절, 그러니까 2009년부터 1년가량 벌어지는 뉴욕 브루클린의 한 공립 중학교 체스팀 얘기다. '318 중학교 middle school' 교내 체스팀은 10년 정도 크고 작은 지역 대회 우승자와 팀을 배출할 정도로 관록이 쌓였다. 하지만 경제 위기는 공공 분야, 그중에도 교육 재정까지 영향을 끼쳤다. 교육 예산을 삭감하면 방과 후 활동인 체스에도 직접 타격을 준다. 대회는 전국에서 열린다. 팀원들을 가르칠 초빙 교사와 대회 때 묵을 숙소와 교통비도 필요하다. 깎인 예산으로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버겁다. 카메라는 빈곤층이 대부분인 학생들을 따라다니며 그들과 가족을 조명한다. 체스팀을 이끄는 선생님들 역시 아우르며, 학생과 학부모 사이의 상호작용을 따라간다.
중간중간 나오는 인포 그래픽은 담담하고 객관적이다. 어떠한 기교도 배제한 촬영 기법은 사실 지루하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보는 몇 번이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감동한다. 이유는 별 게 아니다. 아니, 이제는 특별하다고 해야 할 '교육의 진정성'이 진하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이끌고, 학생들은 '예산 삭감'이라는 현실적 위기를 그저 어른들의 일로 치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능동적으로 인식하고 참여한다. 교육을 신분 상승 기회로 여기는 건 한국이나 브루클린이나 동일하지만, 사립 고교 시험 결과 통지서를 건네주기 전, 교사는 학생들에게 한 가지를 당부한다. 이 시험의 결과가 너희들의 어떤 것도 결정하지 않아. 시험은, 시험일 뿐이란다.
학생들은 삭감된 예산을 조금이라도 되돌리기 위하여 방과 후 학생회를 열어 의견을 모은다. 겨울 방학 중에도 학부모들을 초대하여 항의를 독려하며, 그렇게 체스팀은 다시 지원받은 돈을 모아 전국 체스 대회에 나간다. 저소득층 학생들이 인생 역전을 이뤄낸 감동 드라마는 이 다큐멘터리에 '없다'. 롤러코스터 같은 극적 반전에 적응한 사람들은 담담하게 흐르는 다큐멘터리를 10분도 보지 않고 끌 가능성이 농후하다. 감독의 시선은 그야말로 제삼의 관찰자로 느껴질 정도로 담담하다. 다만, 그보다 더한 설득력만이 역설적으로 존재한다.
만일 내가 아직 중고등학생이었고 그때 이런 다큐멘터리를 보았다면 어땠을까. 대한민국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 시절, 그의 한국 교육 찬양 기사를 줄곧 내보냈지만 온갖 종류의 '스펙'을 나잇대별로 갖추는 것만이 성공이라고 부추기는 이 나라 교육은 올바르지 않다. 학습 '능력'의 질을 논하기 전, 우리나라 선생님과 학생들과 교육계를 관장하는 결정권자들이 이 다큐멘터리를 본다며 어떨까. 어떤 종류의 '가르치는' 사람들이 다큐멘터리를 본다면 더 좋고 말이다. '진정성' 같은 단어가 비하나 희화의 의미로 쓰이는 요즘, 이 단어가 주는 담백한 질문이 <브루클린 캐슬>에 있다.
written by Hong Suk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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