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_ Sun, June 11, 2017
일주일의 마지막 밤을 동네에 들어선 차 안에서 바라보니 생각보다 다양하다. 문 닫기 전 커피숍의 흰 셔츠 입은 여성과 커피, 편의점 앞 빨간 플라스틱 테이블에는 새까맣다 못해 시뻘건 할아버지들의 안주, 금요일과 달리 대개는 문 닫아 차분해진 아파트 상가 호프집들, 그 사이를 가로질러 집으로 달리는 자전거 탄 소년들과 밤에는 제법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는 초여름 징후의 바람, 그리고 녹색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한 나무들.
처음 이사 왔을 때 이곳은 정권과 자본의 시혜와 상관없이 돌아가던 흔한 서울의 미개발 지역이었으나, 이미 절반은 콘크리트가 짙게 깔리고 나머지 절반은 오래된 상가들이 터를 내놓은 혼란스러운 중간 지대였다. 그 모든 과거를 그 거대한 아파트 단지로 빠르게 묻고, 무색무취한 여느 서울의 뉴타운 동네가 번쩍하고 나타났다. 생각해보니 초중고교 시절 압구정동만큼 이제는 발을 붙이고 살았다. 고로 나 역시 스무 살이 휙 사라지고 삼십 대 중턱에 접어들었다.
어떤 전진들과 젊음을 보다가 어쩐지 그냥 사는 동네가 문득 보인, 2017년 초여름 밤 자체였다.
Seoul, S.Korea
Sun, June 11, 2017
Town
photograph by Hong Sukwo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