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cle] [라라 랜드 La La Land] 사운드트랙 (2016)


씨네 21
마감인간의 MUSIC

< 라라 랜드 La La Land> 사운드트랙 (2016)

2016년이 끝나기 사흘 전 <라라 랜드>를 봤다. 워낙 요즘 많은 입소문이 나는 영화인 데다 <위플래쉬 Whiplash, 2014> 역시 그해 본 최고의 영화 중 하나였기에 기대했다. 평일 오후임에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반대로 그래서인지 인터넷에 오른 어떤 정보 하나도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다.

스포일러 없는 정도로 소감을 밝히면, 이 영화는 2016년에 본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 중 개인적으로 최고의 한편이었다. 어떤 영화는 감상 후 '여운을 곱씹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딱 그런 느낌이랄까. ‘뮤지컬 영화’를 표방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오리지널사운드트랙 또한 인상적이었다.

데이미언 셔젤 Damien Chazelle 감독의 전작 <위플래쉬>는 사실적일 수 있는 음악 청년과 교수의 상황을 극단적인 감정과 호흡을 따라 한정된 공간을 오가며 찍은, 세밀한 열정이 핏방울처럼 뚝뚝 떨어지는 음악 영화였다. 양극단만큼 다르다고 해도 무방한 <라라 랜드>는 할리우드 황금기 혹은 뮤지컬 영화 고전들이 생각나는 매력이 곳곳에 깔렸다.

영화의 특정한 부분들 혹은 줄거리가 하나의 틀에 박힌 표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은 고작 세 번째 장편 영화이자 세계적인 호평을 받은 두 번째 ‘음악 영화’에서 이후 더 좋은 배우들과 조금 더 늘어난 자본력, 연출에 더 자신이 붙은 삼박자가 만나 절묘한 황금비를 창출했다. 영화 곳곳의 뮤지컬 ‘클리셰’들은 사실 과거, 아름다움과 희망과 두근거림을 함께 주었던 모든 음악과 뮤지컬 영화를 향한 헌사처럼 보였다(심지어 영화를 보고 흐르는 제작진 소개 자막까지 말이다).

영화의 큰 축을 차지하는 두 주연 배우, 라이언 고슬링 Ryan Gosling과 엠마 스톤 Emma Stone이 서로 다른 성향을 띠며, 뮤지컬 곡들과 재즈 Jazz가 손을 잡았다가 놓았다가 다시 만나는 호흡도 극 중 상황과 맞물려 부드럽게 돌아간다.

엠마 스톤이 부르는 ‘Auditon(The Fools Who Dream)’은 그가 처한 현실과 미래의 꿈을 절묘하게 묘사하는 솔로 넘버다. 로스앤젤레스 Los Angeles라는 배경을 마치 현실과 비일상의 경계로 보이도록 탁월하게 살린 영상미는 라이언 고슬링이 부른 ‘City of Stars’와 잘 들어맞는다. 본격적이라기엔 부족해도, ‘재즈’가 지닌 시대의 향수를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남자 주인공의 열정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때마침 배경에 깔리는 연주곡 ‘Summer Montage / Madeline’도 화려한 계절의 햇살이 느껴질 만큼 훌륭하다.

칭찬만 구구절절 늘어놨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뮤지컬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편협하고 사소한 몇 가지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을 들추면, 진지하게 이야기하다 갑자기 노래로 바뀌고, 다시 천연덕스럽게 정극 연기를 펼치는 상황에 '감정 이입'이 되지 않은 탓이었다.

<라라 랜드>는 그 이야기만으로는 특별할 게 없어 보이지만 - 연말에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사랑 이야기를 생각해보시라 - 어쩐지 마음을 치는 울림이 있었다. '별이 많은 도시'가 주는 상징성과 선남선녀 주인공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작부터 비현실적으로 느낄지언정, 둘이 만났다가 진전하고 다시 소홀해졌다가 봉합하며, 다시금 대단원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더 어린 시절 연애를 했던, 내가 기억하였던 나였다면 느끼지 못했을 공감대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한 독자분이 있다면, 먼저 OST를 듣지 마시고 영화를 본 당일, 직후 OST를 차분히 들어보길 권한다. 여운이 남은 영화를 다시 음미하는 아주 좋은 방법인데, 이 영화에는 특히 잘 맞는다.



영화 전문 잡지 <씨네21 Cine21>에 한 달에 한 번씩 쓰는 '음반' 추천 글, '마감인간의 MUSIC'입니다. 영화 <라라랜드> OST를 추천한 이번 글은, 2017년도 1월 19일자에 실렸습니다. 위에 올린 글은 지면에 편집하여 들어가기 전의 원글입니다.

I wrote an article about recommended an album that named 'Music of Magam Ingan(which means 'the deadline man' in Korean)' to <Cine21>. I suggested original soundtrack of <La La Land> at this time.


Written by Hong Sukwoo 홍석우
Fashion Journalist, <The NAVY Magazine> Editor/ Fashion Director.

서울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패션 저널리스트이자 컨설턴트, 수필가인 홍석우는 패션 바이어와 스타일리스트, 강사 등을 거쳐 미국 스타일닷컴 Style.com 컨트리뷰팅 에디터와 서울의 지역 문화를 다룬 계간지 <스펙트럼 spectrum>과 <어반라이크 Urbänlike> 편집장 등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의 거리 사진을 올리는 블로그 ‘yourboyhood.com’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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