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교수님 _ Tue, September 05, 2017
강영민 작가님 초대로 이십 대 중후반 무렵, 마광수 Ma Kwang-soo 교수님 자택에 방문한 적이 있다. 그의 집은 내가 오래전 사귀었던 친구의 집 바로 옆 동이었다(무척 놀랐다). 수십 번은 갔던 작은 이자카야에서 약주도 나누었다.
'매체'를 투과하여 내가 알던 모습과 그는 비슷하면서 달랐다. 여전히 직선적인 단어들과 문장들로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지만, 오래도록 자신을 둘러쌓고 깎아내린 이들로부터 지친 것처럼 보였다. 번뜩이는 말끝에는 나이를 먹은 지금의 나약함을 한탄하시는 듯한 언동이 이어져서, 어쩐지 묘한 슬픔을 느꼈다.
그의 자택에서 유서가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 '친분'이라기엔 단 한 번 대면한 사이였지만, 거실과 방 곳곳에 쌓인 수많은 책 중 얼토당토않은 시대와 맞물려 어처구니없는 논란이 되었던, 그래서 자기편 하나 없이 동료들에게 핍박을 당해야 했던 저서 초판본들을 보며 이야기 들은 기억이 난다. 나는 어렸고, 교수님은 어떤 의미로는 해탈하여 보였다. 어떤 의미로는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위한 발걸음에 두려움을 느끼시거나 자의와 타의 반으로 사회적으로 침묵해야 했던 시절 이후의 타이밍을 포기한 것처럼도 보였다. 찰나였지만 그랬다.
오늘 저녁 우울한 기분의 원인은 시대를 잘못 만난 천재의 슬프고 또 안타까운 퇴장 때문이었다. 평안한 곳에서 어떠한 편견 없이, 유유자적하시기를 빈다.
Seoul, S.Korea
Sat, September 02, 2017
Sky
photograph by Hong Sukwo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