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_ Wed, September 13, 2017


이번 주부터 격주 연재하는 무신사 Musinsa.com 칼럼을 보내고, 충격을 받았다는 앞니 치과 치료를 두 번째로 받고, 얼렁뚱땅 BBC 라디오를 마치고(길거리 생방송이라니), 자동차와 사람들이 무한한 강남대로에서 유독 잡지를 푸대접하는 강남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혼자 좀 걸었다. 포터 Porter 매장도 가보고(쇼윈도 양쪽에 수북이 쌓인 29CM 상자들), 나이키 Nike 매장에도 가고, 에어팟 AirPods 실리콘 케이스도 하나 사고(꼭 필요하지 않은 지출), 센서 문제로 수리를 맡겼다가 문제가 되었던 두 가지를 고친 라이카 Leica 매장 근처까지 왔다. 그냥 찾아갈까 했더니 이미 배송했다고. 빨라.

작은 디지털카메라와 똑딱이 필름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다녔더니, 비교적 육중한 큐 Q를 거의 쓰지 않은 여름이었다. 날도 슬슬 선선해지는 가운데 매장 유리장 안에 덩그러니 놓인 손목 스트랩을 보았다. 필요한 소비가 아니라 어쩐지 조금 사치를 부리고 싶어서 만년필을 하나, 결심 직전까지 마음을 굳혔는데 충동에 따르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래. 더 살 이유가 없어.

아이를 낳고 연락이 뜸해진 친한 형에게 문자를 보냈다가 전화가 왔다, 역시 세상 쉬운 일이 없고 모두가 하루를 치열하게 산다. 뜻밖의 얘기를 하나 들어 마음이 조금 심란해졌다. 끝을 낸 건 내가 아니었고 돌아서기에는 중간에 놓인 벽이 높다고 생각하였다. 일 얘기로 떠들지 않을 술자리가 당겼다. 치과 치료 중인데.

잠시 숨을 돌릴 찰나에 가을과 겨울에 해야 할 일의 연락이 와 있다. 집에서 김밥이나 먹고, 그래도 안절부절못하면 새로 산 스트랩에 카메라만 달랑 가지고 나가서 선선한 저녁 산책이나 하련다. 직접 바라보는 두 눈을 빼면 어떤 카메라도 담기 어려운 성수대교 위 노을만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Seoul, S.Korea
Wed, September 13, 2017

Leica Rope Hand Strap, night Designed by COOPH.


photograph by Hong Suk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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