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처음


집을 나서기 전 갈아입은 긴소매 터틀넥 셔츠를 다시 반소매 티셔츠로 되돌리고 싶을 만큼, 끝자락이 무릎 아래로 떨어지는 개버딘 코트를 투박한 캔버스 면의 후드 파카로 갈아입고 싶을 만큼, 무엇보다 가방 한가득 든 썩 필요 없을 온갖 짐을 내려두고 그저 카메라 하나 들고 서서히 거닐고 싶을 만큼 오늘은 봄이다. 오전에 이미 8도를 찍은 수은주는 해가 중천에 뜨면서 11도를 넘겼다. 햇볕은 은은하게 지면까지 안착하고 속삭이듯 부는 산들바람이 반갑다. 따뜻한 날이 이미 며칠이고 존재하였으나, 3월을 여는 토요일 오후가 2018년 느낀 봄의 처음 기운이었다.


Seoul, S.Korea
Sat, March 03, 2018

Spring 2018


photograph by Hong Suk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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