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ju, Day 2


제주에 머무는 이틀째. 본디 여행이라면 새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두근거리며 돌아다녀야겠지만, 오후에 생긴 '일' 탓에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다행히 해는 났다. 청명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역시 이 섬은 바람인가 싶을 정도로 쌀쌀했다. 비니를 가져올 걸 잠시 생각했다. 그, 일이라 하면, 사실 누가 잘못했다고 말할 종류는 아니었다. 평소 벌어지지 않은 것들에 괜찮다, 괜찮다 마음 두드려도 쉽게 가시지 않았다. 제주 끝에서 끝을 오가며 풍경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아 선잠이 들어,  대로를 벗어나 좁은 도로가 보일 즈음 다시 뜨니 이제는 조금 낯익은 경치가 나왔다. 동네 어귀였다. 

그대로 서서히 하루가 끝나려니 했다. 한 손에 무거운 쇼핑백을 들고 하늘을 보았다. 사실 주머니에서 울리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시끄러워서 자세를 고쳐 잡다 보니, 말 그대로 우연히. 가로등 하나 제대로 없는 2차선 도로와 가정집들이 마주한 거리에서, 하늘에는 (당연히도) 서울 어디보다 맑은 별들이 선명하게 제자리를 밝힌다. 국회에서 일하는 고등학교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단체 채팅방이 아니면 딱히 따로 연락할 녀석은 아닌데, 안부는 묻고 살자며 주변에 더 네이비 매거진 The NAVY Magazine 열심히 보는 분이 있노라고. 놀라고 괜히 뿌듯하더라며. 국회에서? 이걸 본다고? 정말 감사하다고 전해드려 줘, 꼭.

무거운 짐, 피곤한 몸과 정신이 어쩐지 조금 사라졌다. 바람은 서늘하고 하늘은 어둡지만 상쾌하였다. 그사이 오가는 별이 빛나고, 먼 바다를 지휘하는 등대 조명이 구름 사이로 수직 신호를 보내며, 서서히 앞에 다가오는 숙소가 반가웠다. 밥을 먹고 잠시 일을 정리한 다음, 밤 산책을 다녀올 것이다.





Jeju, S.Korea
Fri, March 16, 2018


서귀포 Seogwi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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