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다 — Wed, March 14, 2018


군산에 다녀왔다.

작년 말부터 2월까지 아주 바빴기 때문에 서울만 아니면 어디든 가고 싶었다. 가까운 외국도 나쁘지 않았으나 훌쩍 가서 쉽게 도착하는 심리적 거리가 중요했다. 일본식 가옥들이 떠올랐다. 약 10년 전, 잠시 들른 기억이 났고 아마도 군산이었다. 적당한 에어비앤비 
Airbnb 숙소를 찾고, 즉시 머물 수 있는 곳을 예약한 후, 자는 둥 마는 둥 있다가 최대한 간단하게 짐을 싸고 - 여행은 언제나 이때가 즐겁다 - 용산역에서 오전 기차를 탔다. 익산역에서 군산역으로 가는 새마을호.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세월이 머무는 차량 첫 번째 자리, 녹슨 옷걸이와 벨벳 의자는 옛날 냄새가 생각나는 과거였다. 서울에서 몇백 킬로미터 떨어진 도시에서 다시 몇 시간이고 걷다가 숙소로 들어간 사이 든 돈은 고작 십만 원 정도였다. 지난 시간은 한나절을 넘지 않았다. 어디든 '가는' 것보다 도달하는 '결심'이 오래 걸릴 뿐이라는 걸 안다.

그 주에는 당분간 머물고 싶었지만, 역시 서울로 와야 했다. 일은 항상 있고 대체로 직접 참여해야 하니까. 다음 주 열리는 2018년도 가을/겨울 시즌 서울패션위크는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써야 할 비평은 열다섯 개 그리고 또 다른 원고들. 당연히 아주 바쁘다. 이번 주 반드시 어딘가 '가서' 할 일이란 내일 오후 촬영 하나뿐이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집에 잠시 쟁여둔 다음, 다시 비행기를 타고 다시 내린 후, 그 어딘가 며칠 여행자 반 일상 반을 살며 지내며 일을 하나씩 마감해도 딱히 안 될 것이란 없다는 뜻이다.

저녁에 약속이 하나 있다. 그 후 이 생각을 유지한다면, 다짐하는 차원에서 썼다. 목요일이다.



Gunsan, S.Korea
Mon, March 05, 2018

새마을호 Saemaul-ho


photograph by Hong Suk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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