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내린 비도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오는 제주의 봄을 막을 수는 없다. 아니, 자연의 섭리를 떠올리면 오히려 새 계절을 재촉하는 마중물이다. 어느 생경한 골목, 비가 내렸다가 그치길 반복하여 먹구름이 뒤덮힌 저녁, 여행 마지막 날 저녁이라니, 하며 조금 가라앉은 기분으로 걸었다. 남의 집 담 너머 꽃망울 가득한 나무를 순간 보았다. 하늘은 회색빛 푸른빛이 겹쳐 있고, 시멘트벽과 콘크리트 바닥이란 온갖 습기를 머금었는데, 홀로 피어오르고 만개한 꽃송이가 느낌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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